4대 그룹의 재가입 통해 입지 확대
‘韓 버핏과 점심’ 첫 손님 정의선
재계 ‘큰 어른’ 역할에 시선 집중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조직 쇄신에 나선 가운데 차기 회장 윤곽이 언제쯤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의 남은 임기는 약 3개월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행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경련 혁신안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의 새 간판을 달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하고 국내 4대(삼성·SK·현대차·LG) 그룹의 재가입을 통해 재계 입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고리 근절 등 혁신안을 통해 4대 그룹을 설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대행은 4대 그룹이 재가입 가능성을 두고 아직 신중한 반응을 보이지만, 재가입 여부와는 별개로 소통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더욱 단단히 하고 회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기구로 거듭나면 4대 그룹이 당연히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실무자들 중심으로는 4대 그룹과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고, 전경련 개혁의 기본 방향 등은 4대 그룹도 다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행의 남은 임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차기 회장 인선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정 회장은 25일 전경련이 주최하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 첫 번째 연사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이 전경련 단독으로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참여한 것은 2017년 2월 현대차그룹이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전경련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도 정 회장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차는 자동차를 비롯해 배터리, 수소, 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만큼 기업 전반의 입장의 대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회장도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음에도 꾸준히 부회장단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에서 1991년부터 직을 맡아 가장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재계 ‘큰 어른’으로서의 상징성이 크다.
한화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경영 부담이 줄어든 것도 전경련 회장으로서의 활동을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이 최근 그룹 대표 자격으로 잇따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승계 구도를 굳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망을 갖춘 경제계나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기 회장은 향후 전경련의 위상을 결정짓는데 적잖은 상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