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이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더버23’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윤석열 정부는 오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역사 인식이 저열해도 이런 일에 윤석열 정부와 여당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며 “국방부 답변은 더 가관으로 일본 함정의 깃발이 욱일기와 형태가 다르다며 욱일기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과거 침략의 상징인 부산 앞바다에 욱일기가 들어온 것을 오히려 두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일본의 욱일기 홍보 자료를 보면 ‘해상자위대 자위함기와 육상자위대 자위대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당사자인 일본은 같다고 하는데 우리가 나서서 다르다고 주장하는 희한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거짓프레임”이라고 맞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거짓 프레임을 씌워 또다시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사무총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일본 자위대함이 군함기를 게양한 채 국내에 들어왔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2017년 자위대함이 문양기를 게양한 채 평택항에 입항한 사진을 숨기면서까지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욱일기와도 화해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공기 걸어도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인공기와 화해를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셔틀 외교까지 할 정도로 일본과 화해한 정도는 북한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욱일기는 끝까지 못 걸게 한다. 이건 좀 지나치다”고 했다.
하 의원은 독일 나치 문양과 욱일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치 정당을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는 금지됐지만 독일 군대를 상징하는 철십자기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 하 의원은 “욱일기는 일본 해군을 상징하는 것이다. 독일 철십자기를 세계가 용인하는 것처럼 일본 욱일기도 세계가 용인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31일 시행 예정인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 23’이 기상 악화로 축소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의 해상사열을 하지 않게 됐다.
30일 국방부는 “훈련해역 기상 악화에 따라 한국·미국·일본·호주 등 다국적 함정 간 해상훈련을 공해 상에서 약식 절차 훈련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해군·해경 함정만 제주민군복합항에 정박해 승선검색 절차 등 정박훈련을 하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