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451억 피해…근절 총력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나날이 교묘해지는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전담 인력을 충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1만2816명으로, 피해액은 1451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은행 계좌를 통한 피해금액이 111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비중은 금융권 전체의 76.6%로 전년(64.2%) 대비 12.4%포인트(p) 증가했다.
은행들은 AI 기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원격조종 앱을 포함한 악성앱을 탐지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보이스피싱 방지 시스템인 ‘AI 이상행동 탐지 ATM’에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기능을 추가 업그레이드했다. 위험거래 패턴을 탐지하면 1차로 주의 문구 안내, 본인인증 등을 이행하고 이와 동시에 ‘안티-피싱 스마트 3.0’ 플랫폼에서 대면·비대면을 포함한 모든 거래채널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AI를 통해 보이스피싱 관련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모니터링 담당 직원이 추가적으로 내용을 확인·검증하고 신속하게 거래 제한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신한은행은 안티-피싱 시스템으로 2021년 이후 고객 1만415명의 재산 1143억 원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지켰다. 경찰청과 함께 ‘우리가족 암호 만들기 대국민 캠페인’을 시행해 가족 사칭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을 탑재했다. 앱에 로그인하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통해 보이스피싱 앱 설치 여부를 탐지한다. 보이스피싱 앱이 발견되면 거래가 자동 정지된다. 이를 통해 즉시 송금이나 창구 현금 인출을 차단하고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AI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해 탐지율을 34.3%까지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최근 1년간 총 8620좌, 634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다양한 보이스피싱 신종 사기 유형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앞으로 보이스피싱에 대한 직원 교육 및 고객 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역시 인공지능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AI-FDS)을 2019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기이용계좌 적용문구 및 자동화기기 이용내역 패턴 등을 분석해 AI 분석 모델에 반영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적중률을 높이고 있다. 계좌개설이나 인출 거절, 대포통장 명의인 검거 등의 피해예방 사례를 등록해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우리(Woori)싸이렌'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4시간 의심계좌 모니터링 전담인력을 배치해 의심계좌 적발 시 △지급정지 △피해자에게 신속한 전화 알림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장종환 농협은행 금융소비자 보호부문장은 “24시간 모니터링 확대 운영은 고객 신뢰가 바탕이 되는 금융기관의 금융소비자보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제로화를 위해 올해 2월부터 평일 야간 및 주말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전담 인력 6명을 채용했다. 보이스피싱 전담 인력들은 제1금융권 경력 30년 이상의 지점장급 퇴직 직원들로 구성됐다.
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모니터링을 위해 2021년 12월 AI 기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해당 시스템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탐지·분석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고객에게 유선 안내를 하는 등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지난해 304억 원으로, 전년(129억 원) 대비 135.6%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상통화 기반으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거래제한 해제 등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반의 FDS 탐지, 피해예방 모니터링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고객들이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24시간 운영해 △추가 본인인증 △이체 차단 △접속 차단과 같은 조치로 전자금융범죄를 막고 있다. 토스뱅크는 금융사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안심보상제’를 운영한다. 도입 1년 6개월 만에 총 1620건을 대상으로, 12억 원 상당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피해자 신원부터 가족 관계 등 각종 정보를 이용하거나 기관을 사칭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은행들도 악성 앱 탐지 등 기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