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보다 '격의 없는 소통' 중시
등산 후 1조원 계약 수주 일화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제왕적 리더십을 보여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달리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 겉치레를 좋아하지 않아 공개적인 자리라도 불필요한 의전은 생략한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글로벌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만들어졌다. 이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이달 7일 삼성 신경영 선언 30년을 맞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더불어 함께 성장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러한 ‘동행 비전’은 뉴삼성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이 회장은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한 양국 공동 대응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정(性情)이 고스란히 담긴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격식보다 진솔함을 추구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참석했던 글로벌 기업인들의 사교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캐주얼한 복장으로 자주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회장이 2021년 9월 방한한 찰리 에르겐 디시네트워크 회장과 5시간 동안 등산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후 8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1조 원대의 5G 통신장비 공급사업을 수주한 일화도 있다.
최근 이 회장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단절됐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22일간 ‘역대 최장기 미국 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글로벌 IT 기업 리더들과 만났다. 이 회장은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테슬라 CEO를 만났고, 황 CEO는 일식집에서 편안하게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출장 기간 매일 한 명 이상의 ‘빅샷’(중요 인물)을 만나는 강행군을 했다. 동부의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존슨앤드존슨 △BMS △바이오젠 △오가논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 △구글 △MS 등 2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CEO들과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모두가 동반자라고 생각해 글로벌 CEO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신뢰가 바탕이 되니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