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인사혁신처 재취업 심사에서 잇달아 낙방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심사 기준이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1일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롯데손해보험 감사로 내정된 금감원 전 부국장의 재취업 심사를 ‘취업제한’으로 결론 내렸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 제6호, 제8호에 해당해 불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가 법령에 근거해 직접 감독하는 업무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인 경우 재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해당 부국장이 현직에 있을 때 롯데손보 민원이 들어와 이해상충 해석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민원 건은 해결되기도 전에 취하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혁신처가 금감원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KB손해보험도 총괄 감사 자리에 이종환 전 금감원 국장을 내정했지만, 이 전 국장이 인사혁신처 취업 심사에서 두 번이나 떨어져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인사처가 이 전 국장의 취업을 불승인한 이유는 업무 연관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 때문이다. 인사처는 이 전 국장의 취업 불승인 결정 사유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제7호 및 제9호를 들었다. 결국 KB손보는 지난달 말 감사자리 공석 2개월 만에 김철영 전 금감원 보험소비자보호국장을 신임 감사총괄로 선임했다.
NH농협은행도 최근 임기가 만료된 이익중 상근감사의 후임에 금감원 권화종 전 상호금융감독국장을 내정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에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 권 국장이 취업제한을 받게 된 이유는 재취업 대상기관인 농협은행과의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금감원 출신이 금융사로 재취업하는 길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경험이 다분한 금융당국 출신 퇴직자를 감사로 원하는 보험사들도 물색에 난항을 겪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때는 금감원에서 퇴직자 리스트와 금융권 감사 자리를 매칭해주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재취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심해지고 금융권도 감사 자리를 줄여가 올드보이(OB)들의 갈 자리가 확 줄어들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