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막아낸 IB 출신 경제 전문가
‘저금리·비정통 경제정책’ 수정 기대감 커져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3선에 성공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경제·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신임 재무장관 자리에 시장에서 명망 높은 은행가 출신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심셰크 전 부총리는 영국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널리 인정받는 경제 전문가다. 2009년~2018년 재무장관과 부총리를 지내면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라화 폭락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새 내각에 임용되면서 5년 만에 정계로 복귀하게 됐다.
이번 기용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존 저금리·비정통적 경제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동안 에르도안은 경제학 상식을 거부하는 정책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그는 전통경제학을 옹호하는 심셰크 전 부총리를 불러들임으로써, 방향 전환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심셰크 전 부총리 임명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 찍힌 경제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성장 촉진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독특한 정책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이런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라며 “경제학자인 심셰크는 에르도안의 비전통적 경제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는 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제학 정석과는 반대로 물가 상승 국면에서도 금리 인하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 경제는 살인적인 고물가와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위기에 빠졌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4%에 달했으며, 리라화 가치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77%나 급락했다. 튀르키예는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환을 풀어 개입했지만, 역효과를 낳았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순외환보유액이 최근 마이너스권에 몰리면서 외환위기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중앙은행 총재를 여러 차례 경질한 전례가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티머시 애쉬 신흥국 애널리스트는 “심셰크 신임 재무장관은 이전 재임 시절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금리 인상 허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그에게 얼마나 경제 정책의 자유가 주어지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