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만류로 중간에 매도…일당, 재가입 추천해
주가 조작 피해자 수년간 고통 호소하기도
라임·옵티머스 피해자 모임 대표 “금융당국 신뢰 잃어”
A씨는 이들의 권유에 따라 5억 원을 입금했다. 이들 일당은 사기를 의심하는 A씨를 안심시키려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를 대비한 담보”라며 1억~2억 원의 현금을 A씨에게 따로 주기도 했다. A씨의 돈은 코스닥 상장사인 선광에 들어갔다. 그러나 A씨는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의 만류에 수천만 원의 차익을 챙기고 주식을 중간에 매도했다.
이후 일당이 A씨를 다시 찾아온 건 4월 말이었다. 이번엔 삼천리를 추천했다. 달콤한 수익을 맛봤던 A씨는 가지고 있는 현금 15억 원을 모두 ‘몰빵’(집중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하기로 했다. 약속한 날, 일당이 노트북을 들고 A씨의 병원을 찾아왔다. 이들은 노트북을 열고 A씨의 명의 계좌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했다. 그러나 HTS 연결이 끊겼다 연결되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갑자기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결국, A씨는 이날 삼천리를 매수하지 못했고, 15억 원을 지켰다. 국내 증시를 뒤흔든 ‘차액결제거래(CFD)’ 사태가 터졌던 4월 24일 월요일 오전이었다.
A씨는 본인의 전 재산을 지켰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한번 주가 세력에 당한 피해자들은 길게는 수년간 고통받고 있다. 4년 전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당했던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맡은 B씨는 SG증권발 CFD 사태는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했다. 4년 전 라임사태에 대해서 금융 당국과 사법당국 등이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지를 짚어보면 이번 CFD 사태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금융·사법 당국이 범죄 발생 이전 범죄의 징후를 찾아내서 예방하든지, 아니면 발생된 범죄를 철저히 파헤쳐서 진상을 밝히고 범죄자들을 엄단해야 범죄자들의 범죄 욕구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진상조사에도 소극적이고, 금융사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결국 금융범죄자들은 ‘한번 해볼 만하다’라는 욕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씨는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원금을 다 돌려받지도 못했으며 사태 실체 규명에 진전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금을 100%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60~80% 수준의 분쟁조정 배상률을 받았다”면서도 “당시 법원에서 ‘사기적부정거래’ 판결이 나왔음에도 금감원이 계약취소가 아니고 불완전판매로 결정하면서 아직도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과 금감원장이 교체돼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실상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서 “또한 라임사태 당사자들의 반성도 전혀없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이 같은 라임사태로 가정 내 불화는 물론이고, 신경쇠약이나 암 등의 투병생활을 하는 피해자들이 다수라고 했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직원의 고용에도 문제가 생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예금보다 안전한 상품이라고 속이는 바람에 중소기업의 경우 공장설비 비용을 납입했으나 결국 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직원의 고용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고령에 투병생활을 하다 4년이 지난 지금 사과 한마디 못 듣고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금융·사법 당국, 금융기관에 대해 신뢰감이 사라진 상태로, 빠른 진상규명과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