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만큼 현실에서도 의료 현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간호법’을 두고 펼쳐지는 의사와 간호사간 직역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병상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진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고 한 대형병원에서는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지방 의료시스템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진료 과목별로 편중도 극심하다. 특히 돈 안 되는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다 보니 문을 닫는 소아과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할 조짐이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올해는 16.6%로 급감했다. 4년간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농촌 지역의 기초 의료를 담당하던 공중보건의도 갈수록 사라지고 그 추세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예비 의사 10명 중 7명 이상(74.7%)이 공보의나 군의관이 아닌 일반 병사로 입대하겠다고 답한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일반 병사 처우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급여나 처우는 별 차이가 없고 복부기간은 2배에 달하니 그런 선택이 인지상정이기는 하나 지역 의료 공백을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통계상 최근 10년간 의사 수는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면허 의사 수는 일정 지역 안에서만 개업이 허가된 한지(恨地)의사 52명을 포함해 13만2065명이다. 10년 전인 2012년(10만7295명)보다 23% 늘어난 수치다. 국민 1000명 당 의사 수도 2.55명으로 10년 전 2.14명보다는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에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또 같은 기간 간호사 수가 29만5254명에서 45만7849명으로 55% 증가하고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5.88명에서 8.85명으로 늘어난 것과도 대비된다.
의사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의료 수요에 비해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 있는 과에 의사들이 몰리면서 응급·지방·소아 의료 현장은 한계에 이르렀다. 고령화와 지역 의료 불균형, 진료 과목별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의사 공급 확대는 의료 붕괴를 막는 첫 단추가 될 것이지만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7년째 동결된 채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과 보건의료 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의대 정원 확대’에 뜻을 같이해 주목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1999년에 마지막 의과대학이 허가됐고 2000년대 들어와서 하나도 신설되지 못했다”며 “의료 서비스에 지역 격차가 있고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고령화와 건강 수요 증가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는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논의 물꼬를 튼 것인데 저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간혹 드라마는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현실에 지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의 일갈은 의사나 의료 당국자들이 다시 한번 되새길 만하다. “환자의 인권? 의사로서의 윤리 강령? 내 앞에서 그런 거 따지지 마라. 내 구역에서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다른 건 엿 많이 잡수시라고 전해라.”
김동선 사회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