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에서도 생활 인프라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균형 개발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서울시에서도 균형 개발을 위해 5년 단위로 ‘지역균형발전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발 사업은 여전히 강남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편중되고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에서 추진되는 교통, 건설 등 생활 인프라 개발 사업은 속도 등에 있어 강남과 외곽 지역 간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노원·중랑·은평구 등 외곽 지역을 통과하는 경전철 7개 노선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통된 노선은 여의도 샛강역과 서울대역을 잇는 ‘신림선’ 단 하나뿐이다. 신림선마저도 지난해 개통돼 애초 개통 예정 목표였던 2017년보다 5년가량 늦었다.
나머지 동북·면목·서부·우이신설연장·목동·난곡선 등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사업이 빠른 동북선(성동구 왕십리역~노원구 상계역)이 발표 13년 만인 지난 2020년 공사에 들어가 2026년 7월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면목선 등 4개 노선은 2021년 10월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 이후 현재까지 사업 진척이 없고, 강북구 우이역과 도봉구 방학역을 잇는 우이신설연장선은 기본계획 수립 절차가 더딘 상황이다. 동대문구 청량리와 중랑구 신내동을 잇는 면목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마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통 사각 지역 해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한 교통 개발 사업은 활발하다. ‘고양~양재 대심도 고속도로’ 개발 사업은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27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경기 고양시에서 강남까지 33.5㎞ 구간에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 타당성 조사 착수 이후 통과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심도가 완성되면 장항IC~양재IC 구간 소요시간이 현재 86분에서 39분으로 단축된다.
주민들에게 골칫거리도 치부받는 차량기지 개발 사업 역시 강남 지역을 우선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2월 강남구 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를 입체복합개발 우선사업대상지로 선정했다. 프랑스 파리의 고밀 복합개발 지역인 리브고슈처럼 차량기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상부를 기존도시와 연계한 입체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의 경우 지난달 정부가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정부는 2005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 발표 이후 18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3번이나 진행했지만, 결국 사업성을 이유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서울시가 이같은 개발 양극화를 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균형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해당 계획을 관련 조례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이번 계획에는 2022~2026년 사이 △서북권(역세권 중심 산업·일자리 거점) △서남권(창업·R&D) △동북권(교통거점 개발) △동남권(국제업무 및 MICE) △도심권(녹지생태도심 및 국제업무 육성) 등 5개 권역에 대한 장기적인 개발 청사진을 담았다.
다만 실효성 있는 균형 개발 사업이 되려면 단순히 경제성에만 국한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규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2)은 “(경전철 등 사업에서) 경제성 논리만 들이댄다면, 도시철도 소외지역 해서에 따른 지역균형발전은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며 “사업추진의 필요성, 지역의 여건변화에 따른 정책효과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