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책임은 중국에 있다…사과하라”
전주혜 “이재명은 어느 나라 당 대표인가”
국민의힘은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이 “굴종 외교”라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중국 정부엔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고 엄중 경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G8(주요 8개국)’에 거론될 정도로 세계적 위상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손상시켰다”고 직격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 주중 대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싱하이밍 대사로부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 적절히 조정하면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발언을 들어 논란이 됐다.
이에 외교부는 이틑날인 9일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소환)해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절대다수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국회 제1당의 대표가 중국대사의 중화 사대주의 일장 연설에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경청했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심지어 미소를 보이며 맞장구치고, 민주당 참모들은 중국대사의 발언을 마치 교지를 받들듯이 받아적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싱하이밍 대사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에 배팅하는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해 노골적 협박을 했다. 오만불손한 발언이자 국장급이라는 일개 대사가 주재국을 향해 보복하겠다는 것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를 믿는다’는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는 양국의 경제교류가 마치 중국의 일방적 시혜에서 비롯된다는 것처럼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었다”면서 “당당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을 향해 중국에 대한 순응을 강요하고 콩고물을 얻으라는 식의 자세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국대사에게 우리나라 국내 정치에 관여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행동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결정적 실책”이라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중국을 끌어들여 정부와 각을 세우고 정쟁만 키우려는 정치적 계산이었겠지만 우리 국민의 분노만 일으키고 민주당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역대급 외교 결례를 범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동안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항의에 대해 또다시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을 거들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나온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사실상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도발로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경고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외교적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는 대신에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직무 범위 안에 있고 현 상황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밝혀 또 다른 무례를 범했고, 맞대응으로 정재호 주중대사까지 불러서 항의했다”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과 중국 정부의 후속대응은 비엔나협약과 국제사회에서의 외교 관례에서 크게 일탈한 것임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국제 협약을 근거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직무 범위 안에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1961년에 체결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선 외교공관의 직무 원칙을 주권국가의 주권평등과 국가 간의 우호관계 증진으로 밝히고 있다”면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직무의 선을 크게 넘은 것이며 현 상황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 책임자들의 연이은 도발과 무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발언의 장본인인 싱하이밍 대사와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한중 외교 갈등 조장하는 이재명은 대체 어느 나라 당대표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중국 외교부의 항의는) 싱하이밍 대사의 겁박을 공손히 경청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러온 나비효과”라고 규정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싱 대사는 지난해 12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찾아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는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개선’문제에 대해 중국 측 의견을 전달하는 등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면서 “이런 싱 대사의 제안을 한동훈 장관은 양국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어떻나. 이 대표는 거의 알현 수준의 저자세를 보이며, 싱 대사의 고압적이면서도 의도적인 하대 외교에 판을 깔아줬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이 대표의 이번 아마추어적인 행동은 한중관계에 악수(惡手)가 되었다”면서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에 이어 최근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해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던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정부의 대(對) 중국 저자세 굴종외교에서 벗어나 중국의 도 넘는 언행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