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엑소더스…쇠락의 길 걸어
챗GPT 등장에 다시 인력·자금 유턴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거기에서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
여름 그곳에서 사랑에 빠질 겁니다
1960년대 스콧 매킨지가 불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노래 ‘샌프란시스코’. 19세기 중반 황금 노다지를 찾겠다는 꿈과 욕망을 안고 개척시대 미국인들이 찾았던 골드 러시의 목적지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돈과 욕망이 들끓던 곳.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꾸게 만든 미국의 엘도라도였을 이곳이 또 한 번 용광로 같은 도시로 변한다. 기성세대의 틀과 질서에 반항하는 젊은이들이 무한한 자유와 도전을 꿈꾸며 몰려들면서 자유로운 영혼들의 천국이 됐다. 노래 ‘샌프란시스코’는 60년대 자유를 갈망하는 히피들에게 건네는 속삭임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성소수자들의 천국이 된 것도 그때부터다.
실리콘밸리 신화가 가능했던 것도 세상을 앞서가는 기술의 힘만이 아니라 그 같은 창조적 파괴, 저항, 도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축적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샌프란시스코는 확실하게 뉴욕과 LA를 제치고 미국 최고의 도시가 된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백 달러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돈이 넘쳐났고, 기술자들이 자고 나면 벼락부자가 되는 세상이었다. 금보다 훨씬 값비싼 ‘기술 돈맥’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도시였다.
신입사원들도 여섯 자리 봉급을 받고, 직장생활 3년 차이면 아파트를 사고, 프리미엄 스포츠카를 타고 교외 와이너리 데이트를 즐기는 꿈의 도시. 찬란하게 꽃피운 이 도시를 순식간에 유령도시로 만든 건 바이러스였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만 2년간 약 50만 명이 캘리포니아를 빠져 나갔다. 이른바 캘리포니아 대탈출, 엑소더스의 진원지도 역시 샌프란시스코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홈리스와 마약, 엄청난 부동산 가격, 높은 세금 등으로 가려진 그늘도 컸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젊은이들은 과감하게 도시를 떠나 전원주택을 사들이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 하거나 재택근무로 바꿨다.
이들은 텍사스주 오스틴, 댈러스, 시애틀, 콜로라도주 덴버,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 신흥 기술도시로 옮겨갔다.
젊은이들과 함께 상인들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올해 철수할 예정이고, 도시 내 최대 식료품점인 홀 푸드도 개장한 지 1년도 채 안 돼 4월에 문을 닫았다. 일론 머스크 조차 트윗으로 “대재앙을 보는 것 같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젊은이들의 로망 샌프란시스코도 이렇게 쇠락의 길에 접어 드는 듯했다.
그러나 그런 침울한 분위기를 180도 반전시키는 뚜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기술 붐이다. 챗GPT의 등장이 말해주듯 차세대 기술을 선도할 AI 기술 붐이 또다시 실리콘 밸리와 베이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타 도시로 빠져 나갔던 젊은이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느긋한 전원주택에서 조기 은퇴한 기분으로 살면서 가끔 이벤트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8시간씩 운전을 해야 했던 생활에 실증이 난 젊은이들이 미래 핵심 기술인 AI산업이 베이지역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자 다시 도시로 유턴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이 눈에 띄게 늘고, 네트워킹 이벤트, 해커톤, 투자자 미팅, 고객 확보 등을 위해선 다시 돌아 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정보 전문 피치북에 따르면 올 3개월 동안 스타트업이 1년 새에 비해 13배나 늘었다. 107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 조성계획이 나오고, 팬데믹으로 일시 일자리를 잃은 수만 명의 엔지니어들이 유망 스타트업 출현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이벤트에는 수백 명에서 최고 50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샌프란시스코는 지금 또다시 변신 중이다. 금광, 컴퓨터 기술, 60년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여,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갈 때는 머리에 꽃을 꽂을 일이다. 거기서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Wanseob.k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