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중소·중견건설사가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공사비가 치솟고 미분양까지 속출하면서 버티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과 일부 수도권은 온기가 돌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외 지역은 당분간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사업을 접는 중소건설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195개사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11년 268건 이후 최대치다.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었다. 작년 9월부터 9개월 연속 30건 이상 폐업 신고가 이뤄졌고 특히 올해만 놓고 보면 한 달 평균 40곳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20건 미만 수준을 유지하다가 코로나 19와 금리 인상 충격 등이 반영되면서 2019~2021년 25건 안팎으로 증가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중소건설사의 경영 여건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비용 문제를 겪는 가운데 미분양 등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서의 미청구 공사금액이 증가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한 사례는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달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진 신일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 신청을 했고 앞서 동원산업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에이치아이엔씨, 대창기업 등이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을 억누르는 환경은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는 건설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높다. 쌍용C&E를 비롯한 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시멘트 회사들은 2021년 6월 가격을 5%가량 인상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8%, 14% 정도 높인 바 있다.
분양시장은 대형건설사의 대단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의 쏠림이 나타나는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소·중견건설사 또는 지방 지역의 미분양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82.2대 1로 올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대구와 인천, 울산, 충남, 경남, 제주 등은 경쟁률이 모두 1대 1을 넘지 못했다. 서울의 미달률은 0%였던 반면 경남은 100%, 대구와 제주, 울산, 인천 등은 70~90%가량 미달됐다.
기존 미분양 물량도 대부분 지방에 쌓여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 기준으로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가구인데 이 중 83.7%인 5만9756가구가 지방에 있다. 서울 미분양 주택은 전체의 1.5% 수준인 1058가구다.
또 '휘경자이디센시아'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중소·중견건설사의 부도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