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 수질, 정수·샘물·해외 수돗물에 견줘 월등
그러나 음용률 36.5% 불과
수돗물 포비아 여전...홍보 적극 나서야
세계 최고로 안전하고 맛있다는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도정수처리시설까지 추가했지만, 현재 음용률은 약 36% 수준에 불과하다. 정수된 물 혹은 생수보다 질이 좋다는 연구 결과에도 편견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서울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1984년부터 오래된 상수도관을 녹에 강한 스테인리스 등 2세대 상수도관으로 전면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2020년 연장 1만3360km의 수도관 전량 교체를 완료했다. 지구 둘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에 ‘녹슬지 않는 워터로드’를 깐 것이다.
안전뿐만 아니라 맛도 잡았다. 2007년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결정, 2010년 영등포정수센터를 시작으로 2012년 광암, 2014년 암사와 강북, 2015년 구의와 뚝도까지 총 6개 센터에 설치를 마쳤다. 고도정수처리는 기존 정수처리공정에 오존소독과 입상활성탄(숯) 여과 공정을 추가해 냄새를 한번 더 잡아내는 공정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에 투입된 예산만 5285억 원(정준호 서울시의원실 제공)에 달한다. 서울시는 올해도 정수장 시설 개선과 고도정수처리 수돗물 생산에 2525억 원을 투입, 최고품질 수돗물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아리수는 국내외 어떤 음용수에 견줘도 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 검사 항목만 최대 350여 개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보다 2배 이상 많다. 정수 물이 세균 번식이 쉽고,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을 걸러내는 반면 아리수는 공급과정까지 잔류염소 농도를 유지해 세균 번식을 막고, 미네랄도 10배 정도 많이 들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하수를 취수해 용기에 넣은 샘물은 직사광선에 용기가 장기 노출될 경우 용출 가능성이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수 제조업체에서 매년 2~3회 수질기준 위반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흐르는 물인 아리수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연구 결과가 긍정적인 데도 음용률은 기대를 밑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돗물 음용률(집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 먹는 비율)은 36.5%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수돗물 질이 떨어지는 도쿄의 음용률이 2014년 이미 52%, 프랑스 70%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한국 수돗물이 ‘찬밥’ 신세가 된 상황에서 2021년 기준, 생수와 정수기 시장 규모는 각각 1조2000억 원과 3조 원으로 불어났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정준호(더불어민주당·은평4) 의원은 “아리수는 ‘에비앙’보다 질이 좋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먹는 ‘물값’만 줄여도 가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돗물 수질을 음용률이 따라잡지 못하는 배경에는 사람들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1989년 중금속 오염파동, 인천 붉은 수돗물 사건 등 수질 사고를 겪으며 자리 잡은 ‘수돗물 포비아’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주택 내부 급수관 교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택 내 급수관 교체 대상 56만5000가구 가운데 90%인 50만6000가구의 교체를 지원했다. 교체 가구를 대상으로 수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물의 흐림 정도를 판단하는 탁도가 60%가량(교체 전 0.38->교체 후 0.15) 개선됐다. 수돗물을 먹는 비율도 교체 전 16.6%에서 교체 후 31.1%로 증가했다.
한편 서울시가 홍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돗물홍보협의회 관계자는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워낙 뿌리 깊기 때문에 좋은 점을 더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