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스톡옵션은 스타트업 보상의 표준일까

입력 2023-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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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성과 보상은 ‘스톡옵션’이 가장 대표적이다. 회사는 당장 현금 지출 없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직원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큰 대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인재 유치를 돕는 입법 취지에 맞게 각종 비과세 혜택도 제공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스톡옵션 받은 사람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스톡옵션을 부여해도 될지 고민이라는 대표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작년만 해도 투자받는 회사도 많고, 우리 회사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커서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반겼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한층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스톡옵션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라는 것이다.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어도 거래가가 낮아지니,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차익도 크지 않아 인사팀도 다시 제도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 했다. 작년 1분기에 13만 원에 거래되던 유망 스타트업 주식이 지금 3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니 그 고민이 이해 가기도 했다.

스톡옵션이 유용한 제도임은 틀림없지만 개선할 여지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톡옵션을 줄 수 있는 대상과 수량, 가격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필요한 적재적소에 스톡옵션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만 해도 과세하는 것 또한 문제다. 주식을 샀을 뿐이지 판 것이 아니라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이 없는데, 행사 차액만큼을 소득세로 보고 과세하다 보니 임직원들은 스톡옵션 행사를 망설이게 된다.

최근 스톡옵션의 대안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이 이야기되고 있다. 예컨대 몇 년 이상 재직해야 양도 처분할 수 있는 조건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식이다. 스톡옵션과 RSU 두 제도 모두 일정 기간 권리 행사에 제한을 두고 근속을 유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스톡옵션 대안으로 RSU 떠올라

그 외 세부 사항은 꽤 차이가 있다. RSU는 주식 자체를 주는 것이고, 스톡옵션은 임직원이 돈을 내고 주식을 산다. RSU는 부여 대상, 수량, 가격에 제한이 없다. 우리 회사에 도움만 된다면 누구에게나 원하는 수량과 조건으로 회사가 자율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반면 스톡옵션은 어느 정도 제도화된 만큼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우리 회사 임직원에게, 발행주식 총수의 10%까지, 시가 또는 액면가 이상으로 부여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스톡옵션은 상법상 최소 2년이 지나야 행사할 수 있지만 RSU의 기간 조건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부여 행정 절차도 RSU가 상대적으로 간소한 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RSU가 더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RSU 도입에는 여러 가지 넘어야 할 관문이 있는데,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부여에 필요한 자사주 취득이 어렵다는 점이, 임직원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다.

RSU는 회사가 소유한 자기 주식을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회사가 먼저 자사주를 취득해야 한다. 상법상 자사주는 배당 가능한 이익 범위 내에서만 취득이 가능한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적자 상태라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고 따라서 자사주 취득도 불가능하다.

취득이나 처분 시에 임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세제 혜택도 부족하다. RSU는 성과 보상이라는 취지상 무상 혹은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시가와 취득가의 차액만큼 근로소득세를 매긴다. 동일하게 2억 원어치 스톡옵션과 RSU를 주더라도, 임직원 입장에서 보는 이득은 7천만 원까지도 차이 날 수 있다. 스톡옵션은 비과세, 분할 납부, 과세 이연 등 벤처기업 재직자를 위한 여러 혜택이 있지만 RSU는 관련 제도가 없는 탓이다.

두 제도를 유연하게 활용해야

여러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 상황에 맞게 적절히 스톡옵션 또는 RSU를 활용할 수 있으려면 제도 보강이 필요하다. 먼저 RSU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RSU로 통칭한 양도제한부조건주식은, RS와 RSU로 구분할 수 있다. RS(Restricted Stock)는 일단 지급 시점에 실제 주식을 양도하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주식을 반납하는 방식이다. 대상자 입장에서는 실물 주식을 지급받으니 체감 보상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급 시점에 바로 근로소득세가 부과되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 RSU(Restricted Stock Unit)는 스톡옵션과 마찬가지로 실물 주식이 아닌 주식을 교부받을 권리만 지급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주식을 받을 권리가 소멸하고, 조건 충족 시에 실물 주식을 교부한다. 이 중 어떤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이어질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다음에 활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RSU 부여 절차를 완화하고 행사 효용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이라면 상법에도 불구하고 일정 금액까지 배당 가능 이익을 초과하여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나, 임직원이 소득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주는 납부 특례, 근로소득을 과세하지 않고 양도 시점에 과세하는 과세특례 등도 RSU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미 스톡옵션이라는 훌륭한 성과 보상 방법이 있는데 굳이 RSU가 추가로 필요할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톡옵션과 RSU는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회사 규모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스톡옵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과 보상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RSU가 이런 지점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각 방안의 장점을 이해하고, 스타트업이 RSU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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