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중국의 정치·경제리스크와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 발표
높은 부채부담과 생산성 저하라는 중국의 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중국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중국의 정치·경제리스크와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15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흔히 중국의 구조적 리스크를 얘기할 때 민간과 공공의 과도한 채무부담이 거론되지만 보다 근본적 리스크는 생산성의 저하라고 평가했다. 우선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추세적 하락이 뚜렷하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변동성이 높은 다수의 국가와 대비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생산성에 있어 중국의 보다 근원적 리스크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하락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한 사회의 경제적 효율성을 대표하는 총요소생산성은 장기 성장률과 직결된다"면서 "중국의 경우 총요소생산성은 중국 경제성장의 큰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중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국가뿐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낮았다"고 분석했다.
PWT(Penn World Table)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여러 국가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과 인당 소득 간의 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중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2015-19년 평균)은 동 기간 OECD 국가 평균보다도 1.8%p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중국은 미·중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자립경제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총요소생산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또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결정요인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는데 중국의 경우 수입비중(수입액·GDP, %)이 낮아질수록 총요소생산성 증가율도 낮아지는 관계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은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지만 수입품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지식파급(knowledge spillover) 효과가 있으며 이는 총요소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1980년부터의 통계를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중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수입비중이 1%p 감소하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약 0.3%p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쌍순환 전략 자립경제를 바탕으로 한 내순환과 우호국과의 공급망 재구축을 통한 국제순환의 유기적 결합 전략은 중국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중국의 민간 및 공공부문의 부채부담은 내수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내순환 전략에 상당한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또 중국의 우호국(러시아, 이란, 북한,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우호국(서방 선진국, 한국, 일본 등)이 제공하는 공급망의 질적 수준 차가 매우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중국 쌍순환 전략의 국제순환이 중국의 우호국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이 역시 총요소생산성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강제되는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중국의 생산성 저하에 따른 장기 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중국비중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국경제 펀더멘탈에 따른 중국비중 축소는 기업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지만, 미·중 갈등에 따른 강제적 중국비중 축소는 기업에 상당한 비용과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했다. 특히 전략상품 또는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돼 공급망 재조정이 강제되는 경우 기업은 상당한 부담을 수반하므로 적절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공급망안정화기본법'(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과 관련해, 일본은 이미 2022년 5월 '경제안보보장추진법'을 제정해 전략상품의 공급망 강화 및 조정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을 법적으로 완비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큰 우리나라가 공급망 안정화 지원체계 구축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의 조속한 국회 심사와 처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