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B 로집사, 투자자들과 함께 형사 고소 및 회생 절차 진행 예정
투자자들, 규제 공백으로 직접 나서…피해액 수 백에서 수 억 다양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연이어 투자자의 출금을 막으며 투자자 불안이 커진 가운데, 수백 명의 투자자들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직접 피해 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에 자금이 묶인 피해자들이 이들 회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 LKB 로집사 가상자산레귤레이션센터(센터)가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 방에는 이날 오후 기준 각각 400명, 100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모였다.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는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다양하다. 센터가 전날 진행한 하루인베스트 소송 관련 오프라인 설명회에 약 70명의 인원이 참여했고, 현재 약 50명이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센터 측은 이번 주 내로 100명 이상의 피해자들과 함께 형사 고소를 우선 진행할 방침이다.
센터 측은 이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들이 리스크관리에 실패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홍보하던 ‘무위험’ 차익거래로는 부족한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위탁 트레이딩 업체를 통해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마진이나 선물 거래 등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정엽 로집사 센터장은 이에 대해 “만약 그랬을 경우에 이를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사기, 기망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많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회생 신청도 진행한다. 이 센터장은 회생 신청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FTX는 스스로 챕터11(법정관리 회생)을 신청했는데, 이번 경우는 회사 임직원들이 잠적(재택)했기 때문에 스스로 회생 신청하길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개별적으로 재산을 찾는 것에 비해 채권자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비용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혹 ‘다른 채권자들이 절차를 진행하면 무임승차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경우 나중에 채권자로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이 센터장은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 측의 공지나 대응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자금을 은닉하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 혹은 회생 절차 진행 전에 소위 VIP라는 고객에게만 자산을 먼저 주는 등의 경우를 막기 위해 어떤 형식으로든 보전 처분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런 사건 관련해서 관련 임직원에 대한 처벌이 없었는데, 이들이 처벌 받게 하고 투자자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직접 소송에 뛰어든 이유는 규제 당국의 뚜렷한 움직임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VASP인 델리오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금법상 자금 세탁 방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주 업무인 만큼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하루인베스트는 싱가폴에 법인이 있는 미인가 사업자다. FIU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횡령이라든지로 사기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수사 당국과 협조해 실태를 파악해 봐야 되는 부분이지, FIU가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