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이번 사건 판결 19일 오후 2시 예고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공항 위조 여건 사건에 대해 현지 법정에서 위조 여건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 재판이 열린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는 새로운 변호사 2명이 법정에 섰다.
이들은 급하게 사건을 맡은 듯 판사에게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15분의 시간을 요청했다. 결국, 이날은 권 대표가 스스로 변론을 했다.
두 변호사가 5분 지각한 터에 이들이 판사의 허락을 얻어 권 대표 등과 함께 15분간 퇴정하면서 재판은 예정된 시간보다 지체된 20분 뒤부터 시작됐다.
권 대표는 새 변호사들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셀프 변론'에 나섰다.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코스타리카 여권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신뢰할 만한 친구가 추천해 준 에이전시라는 데에서 여권이 위조됐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전 세계를 여행했다면서 몬테네그로 국경을 통과할 때도 이 여권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만약 위조 여권인 줄 알았다면 포드고리차 공항에 전세기를 대기시켜놓고 코스타리카 여권을 공항에 제출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이날 권 대표는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자르고 흰색 반소매 티셔츠,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체포 당시 사용했던 여권이 위조된 게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판사가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자리에 앉아도 된다고 했지만, 추가로 할 말이 더 있다며 권 대표는 착석을 거부했다.
그는 "여권을 취득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에이전시를 통해서 여권을 받는 건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위조 여권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는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정상 참작해 형을 감경받을 수 있도록 위조 여권임을 몰랐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권 대표는 해당 에이전시의 명칭에 대한 물음에 "중국말로 돼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압수된 노트북 메일함에 에이전시 이름이 있다"며 "노트북을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명과 진짜 생년월일이 기재된 코스타리카 여권과는 달리 또 다른 여권인 벨기에 여권은 가명과 가짜 생년월일이 적혀있었다. 이에 대해 "벨기에 당국이 실수로 잘못 적은 것"이라며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갖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권 대표는 함께 붙잡힌 한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죄가 없다. 위조 여권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나만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3일 체포된 이후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서 3개월 가까이 지내고 있다. 지난달 보석을 신청했지만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범죄인 인도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를 이유로 6개월 구금 연장을 결정했다.
1시간 반 정도 이어진 이번 재판은 몬테네그로어로 진행됐다. 권 대표 등은 셀만 아조비치라는 이름의 통역사를 통해 영어로 자기 뜻을 전달했다. 권 대표는 지난달 11일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판사에게 말할 때는 "유어 아너(Your Honor·존경하는 재판장님)"라는 말을 꼭 붙였다. 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을 19일 오후 2시에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권 대표와 한 씨는 지난 3월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 11일 각각 40만 유로(한화 약 5억8000만 원)를 내는 조건으로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은 하루 뒤 허가했다. 검찰은 보석금이 적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항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리고차 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고 보석을 허가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이들은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