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 사태가 발생한 지 약 두 달 만에 또다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의 평균 신용잔고율이 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종목의 신용잔고율은 2020년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큰 폭 증가해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 폭을 키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본지가 무더기로 하한가가 발생한 5개 종목(대한방직·방림·만호제강·동일산업·동일금속)의 신용대주 잔고율을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2020년 3월 13일과 사태 발생 전날인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신용잔고율은 최대 115배까지 뛰었다.
종목 별로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된 동일금속(0.05%→ 5.77%)의 증가율이 약 115배로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유가증권시장의△만호제강(0.20%→2.05%, 10배) △대한방직(0.79%→7.42%, 9배) △동일산업(0.92%→4.05%, 4배) △방림(1.45%→5.21%, 3배) 모두 최소 3배 이상 신용잔고율이 늘어났다.
이들 종목의 신용잔고율 평균은 4.90%로 10%대를 넘어섰던 SG 사태와 비교해서는 낮은 편이지만, 유가증권시장 평균 신용잔고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신용대주 잔고율은 총 주식 거래 수 가운데 신용으로 산 주식 수량의 비율을 말한다.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추가 하방 압력에 놓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실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통해서라도 이들 종목을 사들인 데는 높은 주가상승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5개 종목 주가는 지난 13일 기준 2020년 말보다 최대 450%가량 올랐다. 만호제강의 상승률이 449.58%로 가장 높았고, 동일산업(389.43%), 방림(355.63%), 동일금속(294.30%), 대한방직(172.68%)이 뒤를 이었다.
이번 하한가 사태의 원인은 현재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한 온라인 주식 카페에서 통정매매와 유사한 형태로 주가조작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카페 운영자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번에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을 꾸준히 추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준 해당 카페의 회원 수는 6700명대를 넘어섰다.
또한 이들 종목은 모두 유통주식 수와 거래량이 적은 소위 ‘품절주’로 약간의 거래량 변화만으로도 변동성에 크게 노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며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이들 종목이 높은 시세 변동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배경이다. 품절주는 급변하는 시세차익을 이용해 주가조작범들이 수익을 내기에 유리하다. 반면 펀더멘탈이나 호재로 끌어올린 주가가 아닌 만큼 그만큼 쉽게 주가가 빠질 수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5일 기준 19조1370억 원으로, 연초 대비 3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잔고는 9조9540억 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