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폭발 회사채…오버부킹에 ‘줄줄이’ 증액 중
비우량채도 증액 랠리…증권사는 발행 나서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Oil(AA)은 이날 발행되는 회사채 발행액을 기존 2400억 원에서 35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앞서 회사채 발행에 대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발행액(2400억 원)의 네 배가 넘는 총 1조1000억 원의 주문을 받아서다.
수요예측 당시 S-Oil은 1500억 원을 모집하는 5년물에 8600억 원, 400억 원을 모집하는 7년물에 1000억 원, 500억 원을 모집하는 10년물에 14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HD현대오일뱅크(AA-)도 마찬가지다. 8일 진행한 3년물‧5년물‧7년물에 대한 총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87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8배가 넘는 자금 유입에 HD현대오일뱅크는 12일 회사채를 2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한 상태다.
이 밖에도 한화솔루션(AA-), 호텔롯데(AA-) 등의 기업이 회사채 흥행에 이어 증액 발행에 나섰다.
A급 비우량채에서도 흥행은 지속 중이다. 최근 하나에프앤아이(A)는 총 1500억 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에서 6580억 원의 자금이 몰려 294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증액 발행에 나서진 않았지만,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A+)도 1000억 원 수요예측에 28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했다.
증권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미국 은행 줄 파산 사태 등 불안감에 자금경색이 이어졌었다.
실제 현대차증권(AA-)은 3월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이 850억 원에 그쳐 미매각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심지어 현대차증권은 발행금리를 오버발행 수준에서 채웠지만, 당시 건설채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영향이 미매각으로 이어졌다. 이후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
상황은 3개월 만에 반전됐다. 이날에는 KB증권(AA+)이, 20일에는 한국금융지주(AA-)가 발행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에 훈풍이 돌자 증권사들도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고 발행에 다시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까지 회사채 시장에 이어졌던 ‘자금 블랙홀’ 현상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올해 한전채를 비롯한 초우량물 특수채들이 채권시장에 쏟아지면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자,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가 커지자 특수채가 아닌 회사채도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내리면 매매차익을 노리고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동결은 금리인상 중단(stop)보다는 금리인상 건너뛰기(skip)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한다”면서도 “금융시장 내 금리인하가 과도하다는 인식에 한국은행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