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아시아에 매달리는 러시아…반도체 사고 석유 팔고

입력 2023-06-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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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피해 일본산 반도체 수입
파키스탄과 석유 거래 개시
스리랑카과 원전 계약
유럽 단절되자 아시아로 급선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경제포럼에서 의견을 듣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이 한층 커졌다. 그간 유럽과 협력했던 러시아는 방향을 틀어 아시아 국가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쟁 후 미국의 제재에도 일본 제조업체가 만든 반도체가 여전히 러시아에 수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 대부분이 중국을 비롯한 제삼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거래엔 최소 200만 개 제품이 포함됐고 전체 가치는 1100만 달러(약 141억 원)”라며 “홍콩과 중국이 출하량의 70% 이상을 차지했고 한국이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흘 전엔 파키스탄이 러시아와 석유 거래를 개시했다는 소식이 공개됐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초의 러시아 석유 화물이 카라치 항구에 도착했다”며 “이는 양국 간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엔 스리랑카가 원자로 2기 가동과 300M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에너지 거래를 놓고 러시아와 아시아의 협력이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교역뿐 아니라 투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CIS엔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이 포진해 있다.

영토 3분의 2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아시아로의 전환이 시급해졌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글로벌 위험정보 제공업체 파미르컨설팅의 머시 쿠오 부사장은 “푸틴 대통령은 오랫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가 스스로 유럽에서 벗어나 방향을 튼 것은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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