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엔 대학생 반토막 전망...학생 선호하는 정보 확대 강조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을 통한 정원조정 유도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개별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 대폭 확대, 졸업생 연봉 공개 등 수요자(학생) 선호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된 구조개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0일 포커스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2014년 이후 줄고 있는 4년제 일반대학 재학생 수는 2021년 141만 명에서 약 20년 후인 2045년에는 69만~83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대학의 어려움은 가시화됐다. 신입생 충원율(=신입생 수/모집인원)은 2021년에 96.0%로 크게 하락했고, 특히 비수도권 대학(사립 90.5%ㆍ국립 97.0%)의 경우 충원율이 급락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계열별로는 공학계열의 충원율(94.5%)이 가장 낮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에 나섰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2014년)'에 따라 2015년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하위권 대학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했다. 정원감축 비율은 개별 학과가 아닌 대학 전체에 부과했다.
KDI는 "정부가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에 정원감축을 요구하는 방식은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가령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고려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권역별로 대학을 평가해 정원감축을 유도했고, 정원감축 대상 대학은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하위 대학 수가 줄어들면서 정원감축 실적도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런 방식은 또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더욱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 방식이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들이 상대적 강점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학과 수를 늘리면서 개별 학과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왔는데 이는 각 학과 안의 다양한 세부전공 별 교수 확대를 가로 막아 대학교육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KDI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을 평가할 궁극적인 책임은 교육부가 아닌 학생에게 있다"며 "수요자의 선호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개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개별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졸업생의 연봉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유도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동력을 확보하고, 대학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해 분야별 인력공급의 적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