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평생직장 사라졌다…‘이직희망’ 중장년층 5년 새 30% 늘어

입력 2023-06-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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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근속자와 경력직 임금차 축소
종신고용 개념 희미해져
정년 연장·폐지로 근로 기간 늘어

▲일본 도쿄의 긴자 쇼핑 지구에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에서도 ‘평생직장(종신고용)’ 개념이 점차 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일 총무성 조사를 인용해 일본 내 이직을 희망하는 45~64세 중장년층이 올해 1분기 기준 378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연평균 대비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전체 세대의 이직 희망 증가율인 16%(2018년 대비 연평균 기준)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이직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이직자와 장기근속자와의 임금 축소가 꼽힌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과 이직한 사람의 임금 차이가 축소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게 된 것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장기근속자와 이직자의 임금을 비교한 결과 장기근속자(45~49세 남성)의 임금을 1로 봤을 때 이직자와의 격차가 2010년대 초반엔 1 대 0.6 이하였지만 2020년 들어선 1 대 0.7 이상으로 축소됐다. 여성으로 놓고 봐도 같은 기간 이직자의 임금이 0.5에서 0.7로 올라서면 장기근속차와의 격차가 좁아졌다.

닛케이는 “평균적으로 이직한 사람의 임금이 낮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 회사에 장기근속하는 것이 유리하던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면서 “인력 부족에 따른 임금 인상과 기업 임금 제도의 변화가 평생직장의 매력을 희미해지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기업들이 청년층 인력을 잡기 위해 이들의 임금을 올리면서 장기근속의 매력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초임을 크게 올리는 대신 장기근속자의 임금은 적게 올려 임금 상승률이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정년 연장이나 폐지로 근로자들의 일하는 기간이 더 늘어난 현상도 중장년층의 이직 희망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년 이후 삶을 위해 서둘러 자신의 경력을 재검토해 이직을 서두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용정보 업체인 엔·재팬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설문 조사한 결과 50대 응답자 중 40%가 “이직 시 경험과 능력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자리)을 원한다”고 답했다.

다만 아직 실제로 이직에 성공한 비율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취업자에서 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에서 45~43세는 3.2% 정도였고, 55~64세는 3.5%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평균을 밑돌았다.

관건은 이들이 이직을 실현하는 데 있다. 닛케이는 “종신고용 등 경직된 고용 관행이 남아있는 일본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노동이동 촉진을 내건 노동시장 개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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