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자, 계열사 사용료 안 받았다고 위법한가’ 쟁점
롯데 호텔 매출액에 더 잡아 법인세 부과…대법 “법인세 취소하라”
롯데 호텔이 등록한 ‘롯데리아’ 상표를 계열회사인 한국 롯데리아가 쓰게 하면서도 정작 상표권자로서는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행위에 대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대법원은 롯데 호텔이 계열사인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받지 않은 상표권 사용료만큼을 호텔 매출액으로 더 잡아 법인세를 부과한 과세 조치까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호텔 롯데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수긍한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호텔 롯데는 ‘롯데리아’ 상표 등을 등록‧사용해 왔다. 국세청은 호텔 롯데가 상표들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계열사인 상표 사용 법인으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행위가 부당하다고 보고 과세 처분을 내렸다.
상표 사용자인 한국 롯데리아의 햄버거 영업부문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상표권 사용료를 익금에 산입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이다. 순매출액이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이후 호텔 롯데는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심판원은 상표 사용률 등을 변경해 상표 사용료를 산정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국세청은 감면된 금액을 통보했지만, 롯데 호텔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상표권자가 계열사인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일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해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호텔 롯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호텔 롯데)가 한국 롯데리아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원심 법원은 남대문세무서가 주장하는 ‘한국 롯데리아 햄버거 영업부문 순매출액의 0.06% 내지 0.14%’를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적용 기준이 되는 시가에 해당한다고 보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대법원 역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국세청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표는 한국 롯데리아가 영업에 사용하면서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출하여 온 반면, 상표권자인 원고(호텔 롯데)는 상표를 등록한 이후에도 영업에 사용하거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상표가 가지는 재산적인 가치는 대부분 한국 롯데리아에 의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경우에도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계약상 근거, 상표권자와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개발 및 가치 향상과 관련하여 수행한 기능과 투여한 자본, 수익창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해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평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