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를 21일 촉구했다. 다가오는 2030년부터 한빛원전 등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용량 포화가 차례대로 도래하는 만큼, 하루빨리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해야 한단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인선·김영식 의원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원자력·지질 관련 5개 학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가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은 방사능 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Bq) 이상인 폐기물을 말한다. 원자력 발전엔 필연적으로 방폐물이 발생하는데, 이들은 임시저장·중간저장·영구처분 등 단계별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중간저장, 영구처분 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고준위 방폐물을 냉각 보관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고준위 방폐장(폐기물을 영구히 밀봉하는 시설) 건설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3건의 특별법 심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인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윤종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40년 동안 9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고준위 방폐물 처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진심으로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는 탄소중립에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은 원전 운영을 60~80년까지 늘리고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에도 국회가 당리당략에 빠져 합의 정신과 정치력 부재로 인해 관련 특별법을 무산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야 간 이견과 일부 탈핵단체의 반발로 현재 국회 산자위는 특별법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쟁점으론 '원전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여당 쪽에선 야당의 탈(脫)원전 기조가 특별법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성환 의원안의 경우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둬, 수명이 끝나면 저장시설 용량을 늘릴 수 없도록 했다. 반면 김영식·이인선 의원안은 '원전운영허가 기간 동안 발생 예측량’을 저장용량 기준으로 명시해 원전 수명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특별법에 대해) 지금까지 7번의 법안심의가 진행되었으나 논의조차 못했거나 차일피일 미뤄졌고, 네탓내탓 공방으로 법안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회가 당리당략에 빠져 관련 특별법을 무산시킨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환경적 부담은 고스란히 현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이 조만간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 부지 내 저장시설이 적기에 확보되지 못하면 원전의 운영을 멈춰야만 한다”면서 “지역주민들은 구체적인 사용후핵연료 반출 시점이 없는 특별법은 부지 내 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화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특별법에 지역주민의 참여와 결정권, 유치지역 지원, 사용후핵연료 반출 시점 및 처분장 건설·운영 시점 등 구체적인 일정을 명기해 지역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