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韓 진출로 콘텐츠 제작비 높아져…2016년 9억·2018년 20억·2021년 30억
제작비 급증 및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저하로 토종 OTT업체 적자 폭 심화되는 추세
K-콘텐츠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협상력 열위에 있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빼앗기고 공정하게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작비가 급증하고 경쟁심화로 수익저하를 겪는 국내 제작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K콘텐츠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한국은 서구권 대비 비교적 제작비가 저렴하면서도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가성비 시장’으로 꼽히면서 글로벌 OTT들이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넷플릭스가 4년간 25억달러(3조3000억 원) 규모의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하겠다고 계획을 밝히면서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라고 알렸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 시장은 싼값에 콘텐츠를 사들여 짭짤한 경제적 이익과 IP까지 거둘 수 있는 시장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에 1조 원의 수익을 안겨준 오징어게임(총 9편)의 제작비는 2140만 달러(276억 원)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회당 제작비 1200만 달러(한화 약 155억 원) 두 편에 맞먹는 비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에서 콘텐츠 1~2회를 만들 비용으로 시리즈 1편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글로벌 OTT가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면서 IP까지 가져가는 마당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OTT들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하지만 정작 IP를 확보하지 못한 한국 제작사들은 흥행에 따른 수익 얻지 못해 하청공장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넷플릭스 종속화다.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로 콘텐츠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작사들이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그 결과 토종 OTT의 몰락을 초래했다.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로 국내에서 평균 회당 제작비가 2016년 9억원(도깨비)에서 2018년 20억(미스터션사인), 2021년 30억원(스위트홈)으로 대폭 증가하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국내 OTT업체들의 적자 폭이 심화되는 추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국내 토종 OTT업계들이 버텨온 덕에 제작사들이 협상할 발판이 마련됐었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토종 OTT가 몰락할 경우 협상 카드는 사라지고 국내 제작사들이 글로벌 OTT에 끌려다니며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넷플릭스의 IP 탈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파업까지 하는 형국인데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면서도 “동시에 OTT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OTT가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국내 생태계가 굶어죽게 생겼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