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ㆍ폭스바겐은 직접 생산 나서
주도권 놓고 업계 경쟁 치열해져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부품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배터리 기업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9조5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배터리 전 영역을 아우르는 밸류체인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대차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법인(JV)을 확대해 2028년 이후 배터리 소요량의 70% 이상을 JV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후 지난해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배터리 생산 자회사 ‘파워코’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2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셀 생산공장 6개의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는 건 업체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기업에 수급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체가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면서도 ‘슈퍼 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전동화 시대 핵심인 배터리 기술을 갖지 못한 완성차 업체는 가격 경쟁력 확보나 안정적인 수급 여건에서 불안하기 때문에 배터리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터리의 기술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생산시설을 짓기 시작해도 수율까지 잡는 데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다. 완성차 업체의 이 같은 시도가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하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몇 개 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특허를 다 쥐고 있는데 아예 새로운 배터리를 내놓지 않는 이상 이 특허를 피해서 배터리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만든다고 해도 해당 업체의 자동차에만 탑재될 텐데 다수의 완성차 고객사를 둔 배터리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