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홍콩과 ‘아시아 크립토 허브’ 지위 두고 경쟁
오락가락하는 규제로 미국을 떠난 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와 홍콩이 서로 ‘아시아 크립토 허브’ 지위를 두고 격돌하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리플은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주요 결제 기관 라이선스(MPIL)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리플은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 하며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사업개발, 컴플라이언스, 재무, 법률, 영업 등을 포함한 주요 사업부를 중심으로 싱가포르인력을 두 배 확충했다.
리플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가상자산 토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이자 아태지역의 비즈니스 요충지"라며 "MAS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역시 최근 싱가포르에 힘을 주고 있다. 20일 제미니는 싱가포르에서 1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제미니 측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 법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모두 싱가포르로 향한 건 미국의 규제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SEC는 연일 가상자산 사업자를 제소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가상자산 관련 입법은 늦어지고 있다. 리플과 제미니 모두 SEC에 제소 당한 기업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일찍이 2020년 지불서비스법(PSA)과 2022년 금융시장법(FSM)을 마련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했다. 또 가상자산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기간 동안 세금을 면제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기존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지위를 발판으로, 이미 가상자산 산업 생태계가 마련된 점도 매력적이다.
포브스지와 더블록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블록체인 분야 투자 규모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6년 동안 싱가포르에서는 39억 달러 규모의 566건의 블록체인 관련 대규모 투자 딜이 있었다.
국내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 역시 싱가포르에 일찍이 법인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위메이드, 클레이튼 등 코인 발행사는 물론 업비트, 빗썸, 쟁글 등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다.
홍콩 역시 올해 초부터 크립토 허브를 내세우며 기업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세이셸 기반의 ‘OKX’, 미국 기반의 ‘비트마트’, 블록체인 VC 해시키그룹의 거래소 플랫폼 ‘해시키 프로’가 홍콩으로 향했다. 홍콩은 이달부터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했는데, 이들 기업은 개인투자자 거래에 대한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 정부는 웹3 생태계 개발과 인재 육성 등을 위한 5000만 홍콩 달러(약 84억 원)를 홍콩 특구 예산안에 포함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이를 두고 “홍콩은 가상자산에 매우 개방적인 지역이고 이는 매우 좋은 변화”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