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언론시사회로 공개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 따르면 이야기는 은퇴할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나이든 고고학 교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앞에 대녀 헬레나(피비 윌러 브리지)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오래전 죽은 아버지가 남긴 유물 '운명의 다이얼'을 강팍한 태도로 되찾으려 드는 헬레나가 미심쩍은 한편, 모종의 이유로 그 물건을 바짝 쫓는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까지 등장하자 본능적인 감각으로 유물을 사수하려 한다.
극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레이더스’(1981), ‘마궁의 사원’(1984), ‘최후의 성전’(1989),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에 이어 다시 한번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아 액션 어드벤처물을 소화하는 1942년생 주연 배우 해리슨 포드다.
81세의 노장이 젊은 시절 자신을 대스타 반열에 올려준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출연해 트레이드 마크인 ‘채찍 시퀀스’를 선보이는 만큼 반가움이 적지 않다.
미국 맨해튼 거리와 지하철역에서 과거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승마 질주’를 선보이는 활약은 역설적으로 ‘오래 묵은’ 작품의 고전성을 매력으로 승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물론 '총과 자동차'의 세계에서 이미 구식이 된 그의 전법은 금세 시효를 다 하지만, 대녀 헬레나의 공격적인 활약에 한때 온 세계를 누볐던 자신의 지혜를 덧대 아프리카 모로코와 시칠리아 일대에서 벌어지는 여정을 주도해 나간다.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본질적인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고대 유물 탐험' 콘셉트를 잘 살린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보물 '운명의 다이얼'은 고대 그리스 아르키메데스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상을 휩쓸고자 했던 전범 세력과도 맞물리며 흥미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위르겐 폴러 역으로 분한 매즈 미켈슨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선보인 악역 만큼 또렷한 존재감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조율한다.
대녀 헬레나 역을 맡은 피비 윌러 브리지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의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로서 캐릭터의 무모한 격동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해리슨 포드의 액션은 젊은 배우의 탄성 넘치는 움직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40여년 간 고대 유물 탐험이라는 콘셉트로 지적인 흥분과 오락적 쾌감을 선사한 그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울 듯싶다.
해리슨 포드는 지난 16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나이 들었다는 걸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그래야만 '인디아나 존스'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