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분양·입주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도 분양권 수요 증가를 부채질하는 등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분석 결과 서울과 경기지역 일대 주요 단지 분양권 가격은 이달 들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84㎡형은 2일 18억56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분양 당시 가격은 13억 원으로 프리미엄은 5억5600만 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같은 평형 시세는 최고 19억 원이다.
둔촌동 D공인 관계자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값은 송파 헬리오시티 같은 평형 가격이랑 같이 움직이는데 지금 전용 84㎡형이 19억 원 언저리에서 거래 중”이라며 “이 단지가 헬리오시티보다 학군도 좋고, 입주 때 더 신축 단지임을 고려하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내 다른 단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동구 천호동에 들어서는 ‘강동 밀레니얼 중흥 S클래스’ 전용 47㎡형 분양권은 지난달 13일 5억745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0일 같은 평형은 1억5550만 원 오른 7억3000만 원에 팔렸다. 또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아이파크포레’ 전용 59㎡형은 17일 8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1일 거래가인 8억2500만 원보다 5500만 원 비싼 수준이다.
아울러 경기도 주요 지역에서도 분양권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힐스테이트 용인 고진역 D2’ 전용 84㎡형은 9일 직전 신고가보다 5000만 원가량 오른 5억8054만 원에 거래됐다. 수원시 장안구 ‘한화 포레나 수원장안’ 전용 84㎡형 역시 지난달 30일 거래가 6억7333만 원보다 3941만 원 오른 7억1274만 원에 팔렸다.
수도권 분양권 몸값 상승세는 거래량 증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79건으로 4월 55건 대비 43.6%(24건) 늘었다. 서울 분양권 거래가 79건 이상을 기록한 시점은 2020년 12월(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5월 실거래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이 남은 만큼 지난달 거래량은 2020년 12월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경기지역은 5월 920건의 분양권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 기록 역시 2021년 2월 923건이 거래된 뒤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3~4년 이후 서울 내 신축 공급 부족이 기정사실로 다가오면서 결국 현시점에서 가장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신축, 그중에서도 분양권”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또 “여기에 최근 경기지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분양가격이 20% 가까이 오르는 등 분양가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며 “수도권 단지 분양가가 치솟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분양 단지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최근 되살아난 분양권 거래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 주택 규모는 전국 4만4000가구에 달한다. 분상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분양 규모는 매년 4만 가구 규모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가 지연될수록 시장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책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법안 통과가 필요한 정책은 야당과 충분히 사전 협의 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