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원ㆍ달러 환율이 40원 넘게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반대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엔 자재 수입 비용을 감소시켜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기업들은 일정량의 외화 보유나 금융 헤지 상품 가입 등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한다지만, 중소기업들은 환율 급변의 타격을 몸소 받아내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은 환율 급변에 따른 실적 변화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환율의 움직임은 때로는 실적 강화하고 때로는 악화시키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고 한다.
대체로 환율이 상승할 땐 수출기업이, 하락할 땐 원자재 수입 가공 제조기업이 혜택을 본다.
이차전지 장비 기업 피엔티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04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10%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73억 원으로 37% 이상 증가했다.
피엔티는 수출 비중이 94%가 넘어 환율이 상승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증가한다.
피엔티 관계자는 “수주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환율 상승 영향도 있었다”며 “계약 때보다 환율이 올라 매출이 더 나오고 이익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헤징 전략은 따로 없다”며 “계약할 때 보수적으로 환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폴리염화비닐(PVC) 등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 스타플렉스는 매출액의 76%가 수출에서 발생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올라 수익성이 개선된다.
관이음쇠·밸브 제조기업 하이록코리아의 수출 비중은 50% 수준이다. 자연스레 환율 변동이 실적에 영향을 끼친다.
하이록코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8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6억 원으로 115.1% 늘었다. 하이록코리아는 “전방산업 업황 개선에 따른 수주·매출 증가로 인한 고정비 부담 감소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율 하락을 기다리는 기업도 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급해 수소충전소 사업을 하는 범한퓨얼셀은 환율 상승과 원자재 단가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유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 및 환율 상승, 유가 상승 따른 국제해상 및 국내 운송료 증가, 괴산 신공장 이전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김진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은 환율 헤징 금융 시스템을 갖췄지만, 중소기업은 여력이 안 된다”며 “중소기업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직격탄을 맞는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하기에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본다”며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