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종자 산업 주도권 전쟁 중…'K-Seed'로 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K-농업 수출 200억 달러④]

입력 2023-06-27 05:00수정 2023-06-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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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업 반도체' 종자산업 육성에 사활…5년간 1조9000억 원 투자
2027년 1억2000만 달러 수출 목표…종자 클러스터 'K-시드 밸리' 구축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딥퍼플'. 분홍색 꽃잎에 끝 부분이 진분홍색을 띠며 줄기에 가시가 없고 수명이 긴 특징을 갖고 있다. 2012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화훼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4년 네덜란드 쿠켄호프 꽃축제에서는 소비자가 뽑은 최고상을 받았다. 또 2015년 일본 동경 국제플라워엑스포에서 해외 생산자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사진제공=경기도농업기술원)

전 세계가 종자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종자 경쟁력 강화가 곧 식량 주권 확보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 산업은 농업 분야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자급률이 5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종자 경쟁력 강화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식량 안보의 주춧돌인 종자 산업을 키우고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말에 올라타 '케이시드(K-seed)'라는 칼을 들고 전쟁에 나서고 있다.

◇ 글로벌 종자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국내 시장 규모는 1.4% 불과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49억 달러에 달한다. 눈여겨볼 점은 그 성장 속도다. 2010년 309억 달러였던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15년 372억 달러, 2017년 432억 달러, 2019년 429억 달러로 연평균 4.0%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7년 54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4%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 주요 종자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함은 더 커진다.

미국은 2017년 기준 26.7%(120억 달러)에 달하는 종자를 판매하며 세계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역시 2019년 기준 19억6800만 달러에 달하는 종자를 팔았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평균 6.8%에 달하는 성장세를 자랑하며 종자 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일본 역시 2020년 기준 6억7000만 달러(17%) 규모의 종자를 세계 시장에 팔아 글로벌 12위를 지켰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큰 종자 시장을 점유 중이다.

국내 종자 시장(민간)도 2015~2020년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 종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벼·보리 등 식량은 100%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고 양배추·잎상추·파 등 채소류도 90%가 넘는다"라면서도 "다만, 포도·배·감귤 등 과수는 17.9%, 장미·국화·난 등 화훼 분야는 46.3%로 자급률이 낮아 매년 약 90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계획 비전 및 전략.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 정부, 5년간 1조9000억 원 투자…국내 시장 규모 1조2000억 원까지 확대

정부도 종자 산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5년간 1조9410억 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제3차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2023∼2027년)'을 보면, 디지털 육종 등 신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디지털 육종은 유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여러 유전자 간 연관 분석을 통한 육종 예측 모델을 만들어 육종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작물을 직접 재배해 종자를 개발하는 전통 방식과 비교하면 육종 기간은 기존 7~10년에서 3~5년으로 단축하고, 상품화율은 5배까지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는 7000억 원 규모의 상용화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핵심 종자 개발도 추진한다. 종자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 콩, 밀, 감자, 벼 등 식량작물에 더해 앞으로 시장성이 기대되는 스마트팜에 특화된 엽채·과채류 종자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가루 쌀, 소형 양배추 품종, 로열티를 줄일 화훼 품종 개발에도 나선다.

종자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민간업체에 개방해 다양한 유전체 정보 등을 수집·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전북 김제에 종자가공센터를 세우고 농가-업체 간 분쟁 해결 전담팀을 둔다.

아울러 네덜란드의 종자 단지(Seed Valley)와 같이 R&D 시설, 연구기업 등이 집적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K-seed valley) 구축을 위해 올해 타당성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식량 종자 민간 활성화를 위해 국립종자원의 정선시설(종자만 걸러내는 시설)을 민간이 저렴하게 이용하게 하고, 과수 무병묘 공급을 늘려 바이러스 병해로 인한 과수 농가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또 주요 채소 육묘에 적합한 환경 데이터를 쌓아 기업에 주고 시설·장비도 지원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제3차 종합계획은 디지털 육종 상용화 등을 통한 종자산업 기술혁신과 기업 성장에 맞춘 정책지원으로 종자산업의 규모화와 수출 확대에 중점을 뒀다"며 "관계기관, 업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연차별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FTA 통해 'K-seed' 존재감 알린다…종자 수출 확대 기대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감귤 품종 '탐나는봉' (사진제공=농촌진흥청)

FTA는 국내 농업 분야에 피해를 줬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는 종자 산업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2003년 한-칠레 FTA를 체결하고, 최근까지 59개 나라와 21건의 FTA 체결하며 경제 영토를 넓혀왔다. 이에 앞서 2002년 1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해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법적·제도적으로 세계에서 보장받고 있다.

이는 농가가 우수품종을 육성,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됐다. 농가는 우량종자의 권리를 보호받고 또 FTA 체결국에 수출해 종자 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또 국내외 우수품종을 육종 재료로 활용, 우량 형질의 유전자원을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FTA를 통한 종자 수출 확대는 성과로 나타났다. 식물 신품종보호제도 운영과 국가 차원의 육종 기반 구축 지원 사업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중국·미국·네덜란드·일본·우크라이나·러시아에 이어 세계 8대 신품종 보유국으로 거듭났다.

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과 녹색 장미 ‘그린뷰티’ 등 14품종은 주당 0.4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2월 일본 품종 '한라봉'을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감귤 '탐나는봉'이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업체와 오는 2035년까지 주당 1.25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체결해 약 3억6000만 원을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종자 산업에서 '로열티를 주는 나라'였던 한국이 '로열티를 받는 나라'로 변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K-Seed'라는 종자 수출 전용 통합 브랜드 마련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며 "배추 등 채소 종자에서 멜론, 화훼 등 해외 적응성이 높은 종자 품목을 다양화하는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0월 김제에서 국제 종자박람회를 열어 국내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바이어 초청 및 수출 상담회 등을 추진해 종자 업계의 수출을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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