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사업으로 낡은 매임임대 주택을 직접 공사하는 대신 민간에 맡기고 이를 다시 매입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LH의 매입임대 주택사업이 20년 차에 접어들면서 노후도가 증가하고, 일부 미착공 문제가 생기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물 재매입 과정에서의 예산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또 애당초 LH가 임대 목적 매입 시 관리 가능한 기준을 정하고 매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LH는 민간 건설매입약정(가칭)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은 철거대상 주택을 직접공사하는 기존 방식 대신에 매입약정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LH가 보유하고 있던 매입임대 주택(토지)을 사업자에 무상 임대 후 건설매입약정을 통해 재건축(신축)하면 다시 LH가 건물을 감정가로 매입해 공급하는 형식이다.
그간 LH는 철거대상 주택에 관해 발주자로서 설계·건설관리 등을 시행하는 직접공사 방식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시작해왔던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20년 차로 접어들면서 준공 30년 이상의 철거대상 주택이 많이 늘어나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현재 LH가 소유한 임대주택 중 안전위험 및 생활불편이 예상되는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현재 3707가구로 집계됐다. 매년 약 2000가구씩 증가하고 있어 2027년 3.3배(1만2275가구), 2032년 4.9배(1만8453가구) 등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노후 임대주택은 늘고 있지만 정작 사후 관리는 부실한 실정이다. 노후주택을 직접공사하는 공공리모델링 사업은 2021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노후주택 공공리모델링 건축허가 실적은 2019년 284가구에서 2020년 69가구로 감소하더니, 2021년에는 20가구로 내려앉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건축허가 912가구 가운데 206가구(23%)는 민원과다 및 현장여건 등으로 여전히 미착공된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직접공사 방식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 담당 업체의 영세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일부 미착공 문제가 있었다”며 “실행력 확보를 위해 민간 매입약정 방식을 차용하는 것으로, 사업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건설매입약정을 도입하면 노후 매입임대 주택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재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직접공사 방식보다 절차가 줄어들고, 품질점검 등만 집중하면 돼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사업자 선정 시 가구 확장성, 설계·품질 최소기준 등을 충분히 검토해 최적의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거대상 주택에 살았던 주민들이 해당 주택을 선호하고, 계속 거주하기를 계속 원한다면 신속하게 철거하고 다시 공급할 수 있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이 신축한 건물을 다시 매입하는 방식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당초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입임대 사업을 진행한 LH의 방만 경영을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LH는 올해 초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미분양 물량을 고가에 매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LH가 토지 및 건물 소유권도 다 가지고 있는데 신축 후 다시 감정가에 매입하는 방식은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단지 시공권만 경쟁입찰을 통해 도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임대주택 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닌 것은 맞지만, 향후 관리나 행정까지 고려해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LH는 10월까지 공공리모델링 대상으로 건설매입약정 업무절차를 정립하고, 11월 시범사업 시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