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미래차 경쟁력 가로막는 규제 개선 촉구
수출 회복 위한 글로벌 무역전략 분야 개선 요구
"첨단 기술개발로 전기자동차가 배터리 같은 전력저장장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관련 제도는 없거나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가 보유한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자원화 제도와 인증제는 아직 미비하고, 차량 간 전력 거래도 불가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초일류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5대 분야(신산업ㆍ글로벌무역전략ㆍ기업경영ㆍ인력관리ㆍ현장애로) 총 171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현장에서 발굴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총은 신산업 분야에서 49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주요 규제개선 과제로 미래차 산업 발달 속도는 빠르지만 관련 제도는 아직 없거나 이를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를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자원화(V2G) 관련 법·제도 및 인증제 신설, 충전인프라 부족 해소를 위한 차량간 전력 거래 허용, 양방향 충방전 지원 전기차의 전력저장장치 대체 허용 등을 요청했다.
특히 전기‧수소 공용차 카쉐어링 활성화 등 미래차 보급·확산과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과 규제개선을 건의했다.
반도체 분야는 생산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통합 안전관리를 저해하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아직 제도가 없는 친환경 선박 액체수소 설비 구축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친환경 선박 인증제 신청 주체를 조선사까지 확대해 줄 것도 건의했다.
글로벌 무역전략 분야의 주요 규제개선 과제(17건)로는 수출입 기업에게 적시에 정확한 관세 정보를 제공하고 시스템 오류로 인한 부당 추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아시아 물류 허브로서 한국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자유무역지역내 글로벌 물류센터(GDC)에 보관 중인 화물의 국내 반입을 허용하고, 자유무역지대 등 항구 보세구역 내 수출품의 수리·보수 작업 허용 범위를 확대해 줄 것도 요청했다.
경총은 기업경영 분야 주요 규제개선 과제로 하도급법상 모호한 기술자료 범위 명확화 등 24건을 전달했다. 경총은 기업의 생산‧연구 활동 과정에서 하도급법 및 상생협력법상 규제로 불필요한 행정상 부담이 발생하고,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시급히 개선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경우 정책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이중과세를 방지할 수 있는 수입배당금 특례제도를 계속 적용해 줄 것도 요청했다. 획일적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의 경영·근로형태를 다양화해달라고도 했다.
인력관리 분야 주요 규제개선 과제(26건)로는 플랜트(발전소·제철소 등) 건설공사와 반도체를 비롯한 대규모 제조업체에서도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력(E-9)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어 택배 분류작업과 자동차 정비업에서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제조업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이나 자본금 80억원 이하 사업장에서만 비전문 외국인력(E-9) 고용이 가능하다.
경총은 특히 선박은 수주했으나 인력이 없어 건조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조선업은 특정활동 외국인력(E-7)의 고용 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국민총소득 기준이 적용되는 특정활동 외국인력의 임금 관련 규제도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경총은 현장애로 분야 주요 규제개선 과제(55건)로 스마트 공정 관리와 중대재해 안전관리를 위해 공장 내 상품 제조 영상의 촬영‧저장을 허용하고, 중대재해 배상책임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해 경영상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단가 규제 등 구조적 문제로 적자가 커지고 있는 구역전기사업자의 요금체계 개선도 요청했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투자심리 악화로 설비투자 부진도 우려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초일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 활력 회복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과중한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