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계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금융회사가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기 위해선 각 기업이 계획한 탄소배출 감축목표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정부 자금 투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녹색금융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녹색산업과 녹색기술을 지원하는 금융 활동을 말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친환경 기술 개발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대출·투자를 해주는 형식이다.
국회 기후변화포럼 주최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녹색금융 이행점검과 금융배출량 감축 방안’ 토론회에서 김성진 산업은행 녹색금융기획부장은 “탄소중립은 장기간에 걸쳐서 경제산업구조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녹색금융 등을 이용해 이러한 대규모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정책금융기관 단독으로는 제약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자금과의 혼합 금융(Blended Finance)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혼합 금융’은 쉽게 말하자면 민간 재원과 공공 재원의 병행을 말한다. 녹색 설비·기술은 대부분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투자 위험이 높은데, 그런 만큼 공공 재원이 밑바탕이 돼서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녹색금융기획부장은 “자본시장연구원(KCMI)에 다르면 우리나라는 NDC(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300조원, 탄소중립에는 2000조원 내외의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탄소중립의 경우 수소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상용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신기술이 적용돼야 하는 분야이고 (개발) 초기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실적이 부족하고, 관련 기술이 검증됐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하나의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자금과의 혼합 금융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선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민간자금을 유인하는 ‘investEU(민간투자 유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김 녹색금융기획부장은 “해외 사례의 경우, EU는 정책금융기관 여신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보증을 제공한다. 재정분담률은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EU는 ‘클라이밋 뱅크 로드맵(climate bank roadmap)’을 발표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환경 조성을 위해 2030년까지 1조 유로(한화 약 1400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각 금융기관이 금융배출량(은행이 탄소 배출 기업에 투자하면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선 기업별 탄소배출 감축목표에 대한 공시가 강화돼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황소영 신한은행 ESG 기획실장은 “현재 고탄소 배출 (산업 부문에 대한 투입) 비용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risk) 관리를 해야 한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린워싱(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업종·기업별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ESG 데이터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에 기반해 금융 지원을 세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기획실장은 “기업의 탄소배출량 공시가 확대되면 매출액과 탠소배출량을 결합해 해당 기업의 탄소배출량 추이를 산출하고, 기업 대상의 탄소감축 비교표준을 구축해 (금융기관이) 체계적으로 기업과 거래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국회 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인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김호석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