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가 2만8136 달러, 1억 이상 미실현 수익 달성 중
국내 기업 사실상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 불가능
미국 기업용 분석 솔루션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15만 개를 돌파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 매입을 발표한 직후엔 가격이 2% 하락하지만 일주일 안에 평균 0.3%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해외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투자를 이어나가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총 15만2333개로 증가했다. 기존 14만 개를 보유하던 회사는 올해 4월 2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총 1만2333 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 이번 추가 매입에 사용된 현금은 3억4700만 달러로, 개당 평균 2만8136달러를 지불했다.
회사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며 수익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회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회사가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데 지불한 평균액은 2만9668 달러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3만336달러로, 회사는 비트코인 매입으로 1억 달러 이상의 미실현수익을 내는 중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0년 미 나스닥 상장사로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한 이래 지속적으로 비트코인 매수 중이다. 회사의 비트코인 매수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전 최고경영자(CEO)한이자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마이클 세일러 회장으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신봉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답게 이달 초 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기소한 것이 비트코인에게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1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SEC 기소 영향으로)비트코인과 함께 12개의 작업증명(PoW) 코인들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80%까지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매입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K33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 매수를 알린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평균 2% 하락했다. 반면, 이후 일주일간 비트코인 가격은 평균 0.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전 세계 주식회사 중 압도적인 비트코인 보유량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외에도 가상자산 채굴기업인 마라톤 디지털, 코인베이스, 테슬라 등 일부 상장 기업들도 비트코인을 매입·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넥슨이 2021년 4월 일본 법인을 통해 비트코인 1717개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매입 당시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비트코인 매수가 주주 가치 제고와 현금성 자산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밖에도 카카오 등 일부 기업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에 비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 주제 ‘가상통화(가상자산) 관련 긴급회의’에서 당국은 “가상통화(가상자산) 거래소가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후 2021년 3월 시행된 특금법상 KYC(고객확인)이 의무화되면서, 현재 국내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에서는 법인 회원의 원화 입출금 및 원화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빗썸, 코인원 등 일부 거래소에선 아예 신규 법인 회원 가입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규제 당국의 입장이나 현재 마련된 제도상 국내 법인이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는 없는 상황이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들이 해외 법인(가상자산 발행재단)에 한해 법인회원 가입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이 또한 원화 거래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추세로는 법인 가입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금융위가 법인이 회사 자본으로 가상자산을 확보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선 가상자산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나 테슬라 등의 기업이 특이한 경우고, 그래서 주목을 더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