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대법관도 의견 달랐던 ‘소수인종 우대’ 위헌 판결...아시아계 유리해지나

입력 2023-06-30 18:02수정 2023-07-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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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vs. 진보 흑인 대법관 의견 엇갈려..서로 이름 언급하며 반박
역차별 받던 아시아계 학생 유리해질 가능성

▲29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 앞에서 사람들이 시위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지난해 낙태권을 보장했던 기존 판례를 뒤집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번에는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미국 대입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는 물론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각각 6대 3, 6대 2로 위헌을 결정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당시 명령은 “정부 기관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등과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이에 따라 고용 시장에 이어 이어, 각 대학에도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도입됐다.

하지만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혜택을 받아 왔으며, ‘백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전체 50개 주(州) 중 캘리포니아,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 9개 주는 공립대에서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 정책을 금지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정책을 뒤집은 결정인 만큼 이를 두고 대법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9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의 흑인 대법관이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CNN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보충 의견을 통해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는 도전이 아니라 어떻게 이에 맞설지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을 지목하며 “잭슨 대법관의 인종 중심적(race-infused) 세계관은 단계마다 실패한다”고 밝혔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토머스 대법관은 대학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으로 입학한 인물이다. 하지만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음에도 이 정책 수혜자들은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낙인 때문에 로펌 취직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록에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취임한 첫 여성 흑인 대법관인 잭슨 대법관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판결과 관련한 자신의 반대의견에 각주를 달고 토머스 대법관을 비판했다. 잭슨 대법관은 “요점은 인종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연결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거부한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번 판결로 대학 입시제도가 전면 재검토되면서 대대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대입에서 소수인종 우대를 받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학 내 인종 다양성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동시에 해당 제도로 역차별을 받았던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이 이전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1996년부터 주(州) 법으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금지된 이후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학부 재학생 중 아시아계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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