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처럼 찬반양론이 정면충돌하는 물질을 따로 찾기도 쉽지 않다. 한쪽에선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이라며 찬사를 쏟아낸다. 적잖은 학자와 전문가가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지구 산림과 철 매장량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재료 가치와 유용성이 그만큼 크다.
다른 진영은 정반대 측면을 주목한다.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 오염원이란 것이다. 2018년 1월 영국 총리였던 테리사 메이는 “앞으로 25년 내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른바 ‘플라스틱 제로’ 연설이다. 메이 연설은 그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플라스틱을 퇴치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진영의 목소리를 압축적으로 들려준다.
플라스틱은 어떤 대접을 받아야 옳은가. 정답은 아마도 두 극단적 관점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때마침, 지구촌이 손을 잡으면 플라스틱 폐해를 최소화할 경제모델 확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조티 마투르 필립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사무국장은 “전 주기적 접근법 채택과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정책조합의 통합시행으로 세계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립 INC사무국장이 ‘순환경제’ 달성 긍정론을 표명한 것은 본지와 기후변화센터가 지난달 30일 ‘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위한 협력 : 2024 국제 플라스틱 오염 협약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CESS·Climate-Energy Summit Seoul) 2023’을 개최한 자리에서였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유엔 환경총회에서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을 제정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으로 구속력을 가질 국제 협약 최종안은 2024년 한국에서 다듬어지게 된다. 국제적 비중이 큰 일정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에 관한 긍정적 청사진이 제시된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논의가 순조롭게 이어져 기대만큼의 결실을 낼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도 있다. 유엔 논의가 이뤄지는 ‘순환경제’는 우리 산업계에 큰 비용을 부담시킬 악재인 동시에 엄청난 기회를 안길 호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순환경제 모델이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지구촌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7000억 달러(약 910조 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시장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 수는 없는 일이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행동과 순환경제는 우리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 수레의 두 바퀴로 설명될 수 있다”며 “순환경제의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보태고 뺄 것이 없는 명확한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두고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순환경제 선도국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