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인천공항 오프라인 매장 철수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구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이 남몰래 웃고 있다. 오프라인 면세점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은 줄이면서 온라인 주류 판매에 공을 들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국세청의 개정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명령 위임고시’로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구매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온라인에서 주류를 예약하고 면세점 주류 판매 영업장을 방문해 결제한 후 상품을 수령해야 했다. 현장에서 당일 결제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개정 고시로 온라인에서 구매 후 출국장 면세점‧인도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정안 고시에 대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우려를 표해왔다. 주류 구매를 위해 시내 면세점을 방문하거나 출국 당일 면세점 주류 매장을 찾아 정보 확인 후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 주류 구매가 편리해지면 입국장 면세점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 역시 난색을 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의 매출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3%에서 지난해 상반기 2.1%로 늘었다. 온라인 면세점 주류 구매가 가능해지면 오프라인 면세점 매출에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주류를 새로 판매할 수 있게 된 신세계면세점과 경복궁면세점, 시티플러스의 경우 수익 확대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 엔데믹으로 공항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 지불할 임대료 액수는 커지지만 주된 매출이었던 주류 판매가 줄어들면서 비용을 뒷받침할 수입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바뀐 정책으로 수익 모델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몰래 웃는 것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 낙찰해 22년 만에 철수했다. 이에 따라 만년 2위인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을 뛰어넘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사라졌지만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강화되고 오프라인 면세점의 장점이 희석되면서 롯데면세점의 입지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주류 판매에 공을 들인다. 온라인에서 위스키, 와인·샴페인, 브랜디·코냑, 스피리츠 등 카테고리별로 4개의 주류 전문관과 베스트상품인 조니워커,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글렌피딕 4개의 위스키관을 운영한다.
시내 면세점에서 미리 주류를 구매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내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에 약 2645㎡ 규모의 주류 전문 매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영업을 종료한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면세점 주류매장보다 약 2배 넓은 크기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싱가포르‧호주 면세점에서도 주류 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전문성이 있다”며 “사업 초기인 만큼 지켜봐야 되지만 쌓아놓은 전문성을 토대로 온라인의 경쟁력을 만들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구매가 가능해진 것은 판매 채널이 늘어난 것이라 업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온라인에서 낮은 가격에 상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편익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