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어제 2주 일정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 이후 8개월 만의 전국 단위 파업이다. 서울 도심 집회와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 일정도 촘촘히 잡혀 있다.
여름은 노동계 하투(夏鬪)의 계절이다. 다만 이번 하투는 성격이 다르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적인 싸움의 첫 출발”이라고 했다. 어제 총파업 회견에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대중화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민노총 스스로 ‘정치파업’ 광고를 한 셈이다.
집회·결사 자유는 기본권의 하나다. 파업도 그렇다. 그러나 민노총이 근로조건 향상과 무관한 정치투쟁에 나서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 지도부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총선을 앞둔 노동자 정치 세력화 등도 목표로 내세운다. 게다가 다음 달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투쟁, 8·15대회, 9~10월 공공기관 노조 투쟁, 11월 노동자대회까지 다짐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근로자 권익과 대체 뭔 상관이 있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를 불려 결국 민노총을 위한, 민노총에 의한, 민노총의 새 국회를 만들겠다는 심산인가.
민노총은 민생을 등진 정치파업을 벌이기에 앞서 왜 국민 시선이 싸늘한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19년 기준으로 12.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불법 파업, 대체근로 봉쇄 등으로 일자리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체가 바로 민노총을 비롯한 양대 노총 세력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장기 근속한 정년 퇴직자가 받던 ‘2년마다 신차 25% 할인’ 제도 혜택을 모든 정년 퇴직자가 받을 수 있게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대다수 취약 노동자의 삶이 눈에 밟혔다면 이런 사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꼴불견은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1시간을 일해도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은 3만7783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1만6520원(지난해 6월 통계청 조사)의 임금을 받는 양극화의 그늘은 이들 시야엔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사회통합실태 조사’를 보면 노조는 시민단체와 더불어 신뢰도가 극히 낮은 집단으로 분류된다. 노조보다 낮은 집단은 단 하나 국회뿐이다. 민노총에 지금 급한 것은 정치파업 따위가 아니다. 국민이 왜 귀족노조에 눈을 흘기고 손가락질을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진정 시급한 과제는 외면한 채로 정치구호나 외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은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개혁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 선진국 반열에 확실히 올라서느냐, 주요 2개국(G2) 경쟁 구도에 낀 새우 신세가 되느냐가 갈릴 분기점이다. 이 시점에 민노총이 도심을 어지럽히면 경제 수레바퀴부터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개혁 에너지도 고갈되기 쉽다. 명분도, 실리도, 공감도 없는 정치파업은 자제돼야 한다. 경찰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불법 파업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