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공천이 돌풍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
“윤핵관, 선거 때 민심 안 좋으면 숙청”
최경환, 내년 총선 당선되면 당 대표 후보로 부상
‘보수정당 체질 개선’ 이준석의 꿈
“정치적으로 생각이 빠른 윤핵관들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튀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난달 27일 전남 순천시 와온 해변 근처에서 만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각을 세웠다. 그는 “‘정부를 위해 큰 희생을 한다’고 하면서 장관 자리를 달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라면서 “선거 때 민심이 안 좋으면 윤핵관을 숙청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 대표에 오른 지 1년 4개월 만에 내려오는 과정은 복잡다단했다.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전면전을 펼쳤다. 끝내 당 중앙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장외로 나간 그는 한층 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라면 저렇게 못 싸웠을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지금 ‘정치인 이준석’은 새로운 판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총선 퍼즐 판’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내년 총선 어떻게 전망할까.
“국민의힘이 과거 방식대로 가서 50년대생 이상 총결집으로 이길 수 있을까.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소위 ‘52년생 박근혜’, ‘58년생 박지만’으로 대변되는 50년생 세대들이 엄청난 지지를 몰아줬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이 벌써 60대 중후반이 됐다. 인구수도 적은 상태에서 과연 어디서 표를 더 가져올 것이냐. 20·30세대 지지 성향을 보면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이들이 보수정당의 이념에 동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사실 젊은 세대가 당을 구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정치인들이 못하게 한 것 아닌가.”
- 그럼 국민의힘이 지나.
“느낌과 지역구별 선거를 예측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역구별 경선 가능성을 대입해봤을 때, 서울에서 지금의 의석보다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예를 들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총선 서울 용산구에서 몇백 표 차로 이겼는데, 이번에는 그 몇백 표 차가 유지될까.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구에서 재선 이상을 한 사람들이 많다. 3선급이 되면 상임위원장도 할 수 있고 지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어필할 텐데,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건지, 사정(司正) 정국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권영세 전 장관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만3891표를 득표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강태웅 전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6만3001표)을 890표(0.66%)의 근소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서울 49개 선거구 중 가장 작은 격차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선거에 돌입했는데, 몰패를 당했다. 북풍이 불어도 잘 안 되는 게 수도권 선거다. 최근에 김기현 대표가 수도권 선거를 전담하는 사람을 지휘자로 두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자기가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말이다.”
- 왜 그런가.
“영남 선거는 누가 지휘해도 할 수 있다. 자신은 선거 때 아무 역할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기현 대표의 그 발언의 의미가 흔히 누가 말하는 것처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나 누구를 데려올 사람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인지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김 대표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김기현 대표가 크게 착각하는 건 수도권에 출마하는 사람은 다른 동네 유세를 가줄 여유가 없다. 하다못해 강남에 출마한 사람도 다른 동네 가서 지원 유세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수도권 선거가 계속 순환 구렁텅이에 빠지는 건데, 수도권 선거의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
- 공천 과정서 수도권에서 잡음이 많이 날까.
“수도권에서 누구를 찾아 인재영입을 한다는 건 20년 전 얘기다. 미리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입될 사람도 없다. 인재라 영입해서 노원구, 도봉구나 강북구 나가라고 하면 누가 나가겠나. 징병도 아니고.”
-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검사들의 등판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지난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을 우세 지역으로 착각하고 검사와 의사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송한섭 후보를 세웠는데, 전업 정치인에 가까운 황희 장관에 졌다. 옛날처럼 의사나 검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주는 시대가 아니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는 ‘동네에서 공부 잘했던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로 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돌풍은 만들기 어렵다.”
2020년 4월, 서울 양천갑 지역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송한섭 후보는 44.96%(6만7814표)로 민주당 황희 의원(51.85%, 7만8196표)에 낙선했다.
- 총선 정국에서 윤핵관들은 어떻게 될까.
“정치적으로 생각이 빠른 윤핵관들은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고 튀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정부를 위해 큰 희생을 한다’고 하면서 장관 자리를 달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윤상현, 권성동 의원을 동시에 잘랐던 사연을 기억해 봐야 할 것 같다. 친박에서는 윤상현 의원을 자르고,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 중에서는 권성동 의원을 기계적으로 잘랐다. 두 사람 다 무소속으로 돌아왔는데, 그런 식의 기계적인 공천 배제에서 윤핵관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기반 실력을 안 기르고 나중에 선거 때 민심이 안 좋으면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숙청밖에 없다. 윤핵관이 난리 치고 다녔으니까 윤핵관을 죽이라는 여론이 있겠다.”
- 옆 당으로 가보자. 김은경 혁신위가 꾸려졌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혁신위는 대표가 하기 어려운 말을 대신해주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잘 될 수 있다. 그 바로미터로 의원 정수 축소, 세비 축소,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이런 용어 중 한두 개라도 건드리면 이 혁신위는 볼 게 없는 혁신위다. 할 게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김은경 위원장은 붕 뜬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
-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은 어떻게 보나.
“저 같으면 이낙연 전 대표를 혁신위원장으로 만들었다. 안 받겠지만, 제안했다. 이 전 대표가 돌아왔을 때 이상한 얘기하는 걸 막을 수 있고. 김은경 혁신위가 겉돌게 되면 비대위원장 등 여러 역할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도 낙관할 수 없는 게 정세균이나 김부겸 전 총리 등 비슷한 유형의 대체재들이 존재한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판을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그럴 역량이 없는 사람인 것도 문제다.”
- 이전에 민주당을 결집할 사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꼽았다. 유효한가.
“그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입장에서 자기 임기 내 총리를 지냈던 사람 정도면 충분히 자기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에게 역할이 갈 것이다.”
- 왜 김부겸 전 총리인가.
“정세균 전 총리 같은 경우에는 의장을 했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고. 김부겸 전 총리는 충분히 현역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올드보이’의 귀환 얘기가 나온다.
“최경환 전 부총리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히 신뢰하는 인사로 알고 있다. 그 말인즉슨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이 아직까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TK(대구·경북)에서 견고한 지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최 전 부총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치적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포항 출신이지만, 끝내 TK에서 지지층을 강하게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기 말에 흔들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이면 쉽지 않을 것이다.”
- 당에서는 친박계 인사들과 거리두리를 하려는 것 같다.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윤두현 의원(경북 경산)이 현역 의원인데, 윤 의원이 아닌 다른 센 사람을 경선시키면 TK에서 대혈투를 벌여야 한다. 또 최경환 전 부총리의 무소속 당선을 묵인하게 되면, 정치적인 남은 행보를 지원하는 것이다. 최 전 부총리는 누구보다도 행동력과 정무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최 전 부총리가 만약 다음번 국회에 들어오게 된다면 바로 당 대표 순번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최 전 부총리의 정치적인 활동을 묵인한다는 것은 그런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결단이다.”
- 끝내 당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어놔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 친박계 인사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명예회복인 것인가.
“명예회복과 더불어 우병우 전 수석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고, 최경환 전 부총리는 이미 4선을 쌓아놓은 분이기 때문에 바로 할 일이 생기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 “윤핵관이 장난치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공천을 못 받을 거로 생각하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을 괴롭힐 때, 끝까지 결정을 보류하면서 물 먹이고 나중에 공천을 안 주는 식으로 장난을 치려고 했던 게 있기 때문에 그럴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나는 그 시나리오대로 놀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 이 말을 하니까 대구 출마설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
“대한민국 253개 지역구 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움직이는 것이지, 거기서 ‘대구’라는 얘기를 할 필요도 없고, ‘광주’라는 얘기를 할 필요도 없다. 한 번도 특정 지역구를 생각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 꿈이 무엇인가.
“대표를 하면서 느꼈던 한계점은 대선 이후 인적 쇄신이나 진용을 새로 꾸릴 타이밍이 없이 지선에 돌입했다는 것이고, 지선이 끝나자마자 그런 걸 하지 못하게 나를 쫓아냈다. 언젠가 보수정당의 인재상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 당 국회의원들의 인적 조성은 과거 보수정당이 잘 됐을 때 인적 구성보다 훨씬 못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0~30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겠나, 아니면 슈카월드가 한마디 하는 게 크겠나. 최근 국민의힘과 기재부의 인상적인 행보라 하면 ‘라면값이 비싸다. 깎아라’ 이거밖에 없다. 20~30대는 전 세계 문제를 고민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자기 의견을 만들어나가고, 그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한다.”
- 다시 당 대표를 하고 싶은 건가.
“처음 당 대표가 되고 나면, 갈림길이 생긴다. 대통령이 될 것이냐, 아니면 내가 당 대표로서 이 당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낼 것이냐. 나로서는 30대고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당 대표에서 바로 대선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보수정당이 체질 개선을 해서 이기는 방향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게 컸다. 최종 꿈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 한들, 후보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 보수정당은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루지 않고는 그런 게 무의미한 상황이 돼버렸다. 강북, 호남 젊은 세대에서 승부 걸어볼 수 있을 정도로 다른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크다.”
- 정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
“.......... 당 대표가 된 직후다. 정당의 많은 체계에서 바꿔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고, 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닌 상황 속에서 매일매일 밤새워 가며 했던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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