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KTL 부원장 "국내 최초 항공 대테러 장비 시험 센터 구축…보안검색기술 독립" [이슈&인물]

입력 2023-07-06 15:00수정 2024-07-1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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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건립 주도…9월 결실
그간 미국·유럽에서 인증받아야 해 사실상 100% 수입 의존…준공 시 외산 의존도 경감 기대
236억 투입…국내 유일 항공 보안장비 전문 시험평가시설

▲박정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부원장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보안검색기술 자립화의 시작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외산 장비 의존 탈피, 국가 안전 확보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부원장은 9월 국내 최초로 충남 서천에 문을 여는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건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박 부원장은 "KTL은 항공보안장비 성능 인증제 추진을 위한 시험인증 기술 개발 사업의 추진기관으로 국내 전무했던 성능 인증제의 안정적인 정착에 필요한 항공보안장비 시험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터 내 성능시험실, 신뢰성시험실 등 시험실과 전문 시험 장비 69종이 구축돼 원스톱 시험인증 종합지원 체계 마련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는 박 부원장에게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준공의 의미와 기대 효과는 물론, KTL의 미래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 커지는 국제 테러 위협…선진국 중심 보안 기술 확보 추격전

최근 국제 테러 위협은 그 빈도와 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테러에 사용하는 기술과 수법이 다양화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보안 검색 기술과 상호 추격전이 한창이다. 세계 주요국은 '9.11 테러' 이후 국가 보안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 항공 보안장비 시장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선진 기술을 확보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9년 세계 공공분야 보안 검색 장비 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2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주요 선진국은 해당 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여의찮다.

그간 국내 기업은 항공보안장비 관련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으나 성능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국내 인증제도가 없어 미국 교통안전국(TSA), 유럽민간항공위원회(ECAC) 등 해외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문제는 성능 기준 자료를 비공개하는 등 항공보안장비 인증의 특수성으로 해외인증 획득이 까다로워 항공보안장비 대부분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항공보안장비 신뢰성 및 성능 향상과 외산 의존도 탈피를 위해 2017년 '항공보안법'을 개정해 항공보안장비 인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KTL을 시험기관으로 지정해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착수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이 보안검색장비의 성능 인증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 236억 원 투입…국내 유일 항공보안장비 전문 시험평가시설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는 국비 96억 원, 충남 70억 원, 서천군 70억 원 등 총사업비 236억 원을 들여 1만3297㎡ 부지에 연면적 3761㎡,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항공보안장비 성능인증 및 성능검사를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항공보안장비 전문 시험평가시설이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성능인증평가는 우리 기업이 의뢰한 장비가 성능인증기준에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 서비스이다.

성능인증 시험대상 장비는 △엑스선검색장비 △폭발물탐지장비 △폭발물흔적탐지장비 △액체폭발물탐지장비 △문형금속탐지장비 △휴대용금속탐지장비 △신발검색장비 △원형검색장비항공보안장비 등 8종으로 KTL을 통해 받은 성능인증평가 결과는 인증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준 국내 기업이 개발한 '폭발물흔적탐지장비'(국내 1호)와 '엑스선검색장비'(국내 2호)가 성능인증을 획득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성능인증 신청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센터는 성능인증평가와 더불어 항공보안 개발품 및 개발단계에서의 성능과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개발시험평가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박 부원장은 "항공보안장비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 전무해 우리 기업은 해외기관에 의존, 운송비와 해외 체류비 등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KTL 항공보안 시험인증센터를 통해 국내에서도 시험이 가능해지면 제품 개발과 인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줄어 기업 경쟁력 제고와 기술 자립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항공보안 여건에 맞는 항공보안장비 생산·보급 촉진을 통한 외산 의존도 경감으로 국가 안전 확보에 일조하고, 항공보안장비 유지·보수 등 관리 효율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부원장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 항공 보안장비에 철도·항만도 추가…'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로 거듭나

항공 보안장비로 문을 열었지만, KTL은 철도와 항만 보안장비에 대한 성능인증 업무까지 더해 종합 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로 거듭나도록 할 방침이다.

박 부원장은 "KTL은 지난해 7월 항만보안장비, 8월 철도보안장비 시험기관으로 지정됐다"라며 "정부는 항공에 이어 철도, 항만 보안장비에 대한 성능인증제도를 시행, 공공 및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려고 하는바 KTL이 보안장비 산업 전반에 대한 성능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안장비의 신뢰성 제고 및 성능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술 고도화와 첨단장비 개발 지원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박 부원장은 "보안장비 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스마트 보안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보안 검색 이미지 분석, 안면 인식 등 빠르고 효율적인 보안 검색 기술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이 유망한 보안검색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지원을 위해 AI 신기술이 접목한 보안검색 시스템에 대한 시험평가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첨단 기술, 연구 인력을 보유한 산·학·연 기관과 보안장비 기업을 연결하여 신기술·신제품 출시를 지원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보안검색기술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수출에 필요한 해외인증 획득 지원이다.

박 부원장은 "미국 TSA, 유럽 ECAC와 국가 간 성능 인증제 상호인정 기반을 마련해 보안장비 수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라며 "KTL이 보유하고 있는 55개국 160 여개 해외네트워크와 나라별 규제 정보를 집대성한 해외인증 정보시스템(Certinfo)을 활용해 무역기술장벽(TBT)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이 협동 로봇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로봇·자율주행차·이차전지·자원재활용까지

KTL은 4차산업 기술 등장,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전방위적인 산업기술 혁신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선 2021년부터 '협동 로봇 안전 인증 및 위험성 실증 기반구축 사업'을 수행, 국내 최초로 로봇에 대한 기능 안전과 제품인증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시범 인증을 통해 2025년부터 본격적인 로봇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자율주행차 가상시나리오 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자율주행 안전 표준 기반의 성능 안전 평가 기술지원을 준비 중이다. '친환경차 및 이모빌리티 기술지원 클러스터구축 사업'을 수주해 자율주행 이모빌리티(로봇) 및 개인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의 성능평가를 위한 시험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KTL은 2009년부터 소형 이차전지 시험인증을 시작해 2018년 국내 최대 규모의 중대형 이차전지 시험소를 천안에 개소한 바 있다. 현재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대형 이차전지, 전기차 충전기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해 시험인증을 지원하고 있으며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 선박용 이차전지 등 신산업으로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RE100(재생에너지 100%) 인증지원팀을 신설해 글로벌 RE100 및 K-RE100 캠페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으며, 'CF100((무탄소 에너지 100%)와 탄소중립 분야까지 연구영역을 확대해 정부와 기업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재자원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순환자원 창출 효과가 큰 산업 공정부산물의 재자원화에 관한 실증 기반과 품질인증 기반을 구축 중으로 내년 하반기 실증지원센터를 개소해 재자원화 실증 지원 및 품질인증 관련 총 19종의 장비로 순환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박 부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간, 제품간, 기술간 경계가 허물어져 그간 볼 수 없었던 융복합 제품·기술이 빠른 속도로 등장함에 따라 신기술·제품의 시험평가법 개발, 국제표준화 등 시험인증기관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유일의 공공종합시험인증기관인 KTL의 사업을 총괄하는 부원장으로서 미래 신산업분야 기술표준, 기술지원, 성능검증 등 전방위 산업 촉진 역할을 수행, 시험인증산업 선도와 지속적인 기관 발전에 필요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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