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부진 완화될 것”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가 저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진 완화, 서비스업의 완만한 성장세 유지, 양호한 고용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은 9일 발간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달 '6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의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제조업 부진이 완화된 점을 저점 탈피의 근거로 삼았다.
올해 5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3.2% 증가했다. 이중 제조업 생산이 3.2% 늘면서 전반적인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반도체 생산은 4월(4.9%)에 이어 5월(4.4%)에도 소폭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4월 70.9%에서 72.9%로 소폭 상승하고, 제조업 재고율(제고/출하)은 130.1%에서 123.3%로 하락했다. 반도체 재고율의 경우 출하가 전월대비 19.0% 증가하면서 전월(265.8%)보다 낮은 229.5%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 폭 역시 크게 개선됐다. 지난달 수출액(542억4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6.0% 줄면서 연중 최저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28.0% 줄었지만 전월(-36.2%)보다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됐다. 무엇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물량이 증가세(+6%)로 전환됐다. 이는 반도체 경기 부진 완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2.0% 늘어나는 등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7월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기준치 100)은 78로 전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다. 서비스업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KDI는 "서비스업의 완만한 성장세로 고용 여건 또한 양호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하면서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각각 16만6000명, 12만8000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5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증가하고,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100.7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향후 소비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DI는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대폭 둔화된 점도 우리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2.7% 상승하면서 21개월 만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됐다. 석유류 가격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5.0%)이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KDI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을 위한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