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세) 사태가 벌어지자 부동산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예견된 사태’라며 입을 모았다. 정부가 총력전에 나서면서 다행히 이탈세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선 빙산의 한 조각이 떨어져나온 거란 반응이다.
긴축기조와 경기하강 국면에서 ‘약한고리’로 여겨졌던 부동산PF 시장은 업계 안팎에서 불길한 신호들이 계속돼왔다. 증권사내 신규 부동산PF 물건은 올해 3월부터 씨가 말랐다. 기존 건들도 땅을 사들인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계속 이자만 내는 ‘좀비’ 상태가 이어졌다. 시행사 담당자들은 업무를 뒤로 하고 내내 돈 빌리기 위해 여의도에 상주하며 증권사 담당자들에 읍소를 하는 풍경도 펼쳐졌다. “민간 프로젝트는 최근 진행되던 것들도 없어지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이란 ‘토양’이 척박해진 탓이다. 경기 호황이 계속될 거란 믿음 아래 무분별하게 늘려왔던 대출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부동산 개발 업자들은 새마을금고를 찾아 높은 이자율로 브릿지론 대출을 받았고, 이는 곧 부실대출로 이어졌다.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말 27조 원 규모에서 2023년 1월 56조 원로 급증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예견된 사태’였던 만큼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척박한 자본 ‘토양’이 예상됐음에도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개발 ‘모종’을 심을 수 있도록 대출 허들을 낮춰온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서다. 새마을금고는 개별금고 이사장의 권한이 크다 보니 비리가 싹트기 쉬운 구조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에 나선 한 기업에 대해
담보 가치를 업계 상식보다 높게 책정해 대출 규모를 늘려주거나,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 대출을 승인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곤 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행정안전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규율을 맡았던 점이 인재다. 국내 금융기관들을 규율하는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유독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만 권한이 없었다. 금감원은 행안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검사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동산PF 업계에선 “전문성이 없었던 만큼 예상됐던 상황”이란 말이 나온다.
제2의 새마을금고 사태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에 튼튼한 모종을 심는지 낱낱이 살펴볼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장막 속에 감춰져온 새마을금고의 추가 부실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가 야당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넘기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에 힘이 실릴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