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는 한반도 주변에 확장하거나 위축하는 4개 기단이 한반도의 사계절 기상을 좌우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단의 하나인 양쯔강 기단은 불안정해 기단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한다. 당시 과학 설명이 현재 기상학에 비추어 오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현재 기상학은 정확할까?
요즘 기상학은 엘니뇨현상과 제트기류로 한반도 날씨를 주로 설명한다. 엘니뇨현상은 적도의 태평양 동쪽인 에콰도르, 페루의 바닷물이 더워지는 현상이다. 라니냐현상은 반대로 차가워지는 현상인데 불규칙하게 발생하면서 3~9개월 지속된다. 올해에도 라니냐가 끝나고 엘니뇨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엘니뇨 시기에는 동에서 서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약해진다. 서태평양의 수위가 동태평양의 수위보다 높은 이유도 무역풍 때문이니 엘니뇨와 라니냐는 깊은 바닷물을 해수면으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엘니뇨현상의 정확한 발생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무역풍, 해류, 용승류까지 함께 작동을 하니 그 관성으로 엘니뇨현상이 몇 달간 지속된다고 추정된다.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 안에 있는 페루나 인도네시아의 기상은 당연히 영향을 받겠지만 상당히 떨어진 한반도에도 장마와 폭염이 강화된다는 전망이 기상청에 올라와 있다. 지구 대기 표준 순환으로 엘니뇨 영향을 살펴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지구의 기상은 서로가 영향을 주므로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
한반도의 장기 전망에 영향을 주는 인자로는 엘니뇨 외에도 북극해의 바다 얼음, 북반구의 눈 덮임, 북극 한파, 북태평양 수온의 10년 주기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런 인자를 통해 3개월 중장기 전망을 하지만 맞을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리고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가 탈레스는 다음 해 기상을 전망하고 올리브 압착기를 매점매석해 돈을 벌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과학 전문가인 필자는 수긍할 수 없다. 과학이 진보해 탈레스가 고려했을 일식, 월식을 쫓아냈지만 엘니뇨, 북극 한파 등이 그 자리를 슬그머니 이어받았다. 추풍령을 오랜 기간 측정해 변동되는 온도나 강우를 추풍령 진동으로 명명하고 장기 기상예보에 사용한다면 기상학자들은 펄쩍 뛰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엘니뇨도 도긴개긴이다.
장기 기상예보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기상의 종속인자가 아니라 기상의 독립인자를 파악해야 한다. 기상의 종속인자는 특정지역의 기상현상인데 엘니뇨나 북극한파가 여기에 속한다. 종속인자끼리는 서로 물고 물리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
기상의 독립인자는 태양에서 오는 빛의 세기, 화산활동, 소행성과 충돌, 이산화탄소의 증가, 오존층의 파괴, 자전, 공전, 자전축의 변화 등이다. 독립인자는 지역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독립인자는 서서히 변하므로 기상 전망에서 간과되고 변동이 큰 종속변수가 기상 인자로 부각돼 왔다. 그러나 서서히 차오르는 온난화에 갑자기 익사하지 않으려면 독립인자의 영향이 정교한 과학기술로 밝혀져야 한다.
산업발전으로 인한 온난화를 과학기술로 푼다면 병 주고 약 준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을 폐기하고 원시 상태로 되돌아가면 외행성 충돌로 몰살당한 공룡의 운명을 인간도 똑같이 겪게 될 것이다. 정교한 과학기술로 질병은 덜 일어나게 하고 약은 더 효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온난화에 직접 관련된 에너지 분야에서도 정교한 과학이 요구되지만 장기 기상전망에서 독립인자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발라내는 연구도 정교한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