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잡아라”…'신흥강자' 하나은행 VS '명가 부활' 우리은행

입력 2023-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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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성장세로 신흥 강자된 하나銀
중소기업 금융 강화부터 나선 우리銀
‘기업금융 선두’ 자리 누가 차지할까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기업금융 강화’를 외치면서 하반기 기업 영업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한판 명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당국으로부터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온 대형 은행들이 가계 대출 대신 기업영업 강화로 전략을 선회한 영향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1분기 기준 기업대출 규모는 158조8520억 원으로 전년 동기(151조4480억 원)보다 4.9%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146조6510억 원으로 전년 동기(129조2470억 원) 대비 13.5% 올랐다. 규모에서는 우리은행이 하나은행보다 12조2010억 원 앞섰지만, 성장세에선 밀렸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대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이 앞서고 있지만, 하나은행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40조4890억 원으로 5대 은행 중 1위다. 그러나 증가률은 5.3%에 그쳐 경쟁률이 약화됐다고 평가받았다. 반면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22조21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해 대기업 영업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함영주 회장의 ‘1등 DNA’ 주문…하나은행 ‘新 강자’

하나은행이 기업영업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건 ‘1등 DNA’를 강조한 함 회장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함 회장은 계열사별로 ‘1등 DNA’를 심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본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며 발로 뛰는 영업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기업금융(IB), 외국환, 자산관리, 캐피털, 신탁 등 우리가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주문에 올해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영업 차별화를 실현해 내겠다”면서 “자산관리·기업금융 등 강점에 집중해 경쟁자들과 확고한 격차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기업 여신 자산 증대를 위한 영업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본점에서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영업점의 니즈에 부합하는 프라이싱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시장 경쟁력 있는 기업의 특판 상품을 제공하고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연수도 시행 중이다. 이달 4일에는 하반기 인사를 통해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금융부와 지분투자부, 부동산개발금융부, 투자상품전략부 등에 부장급 전보를 냈고 기업금융전담역(RM)과 골드프라이빗뱅커(PB)를 대거 발령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실 있는 자산을 키우기 위해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을 키우고 있다”며 “고객 유형별로 적절한 대출상품을 지원해 기업 여신 자산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종룡 회장의 목표 “기업 명가 재건”

우리금융 역시 임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원팀’이 돼 기업금융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대기업들의 주거래은행으로 자리하며 ‘법인 영업의 명가’로 인정받았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달 취임한 조 행장도 행장 후보자들 중 기업 영업에 강한 부분이 부각되면서 임 회장과 손발을 맞출 최종 은행 책임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임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할 당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자로 거듭나자”고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부문부터 칼을 빼들었다. 7일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경기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중소기업 특화 점포인 ‘반월시화비즈(BIZ)프라임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에 PB전문 인력을 배치해 산업단지 내 기업을 대상으로 투·융자를 통한 자금 지원, 기업 컨설팅,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이어 향후 전국 권역 산업단지 지역으로 특화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지원 강화부터 나선 것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저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1분기 기준 118조3630억 원으로, 5대 은행 중 4위에 머물렀다. 하나은행(121조2350억 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40.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하나은행(44.2%)에 비해 낮다.

우리은행은 충분히 법인영업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중소기업 특화 점포 개설 역시 조 행장이 자신감을 가지고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조 행장은 대기업심사부장을 역임했고, 중소기업전략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기업 영업 노하우를 두루 갖춘 ‘기업영업통’으로 통한다. ‘중소기업 잡기’부터 나선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의 추격을 피해 기업금융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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