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채권 큰손 새마을금고, 조달금리 낮게 불러 회사채 싹쓸이
LG화학, 이마트, 호텔롯데, GS파워, HD현대 등 수요예측 참여
내다판 회사채, 리테일 시장 인기…금융시장 PF 부실 우려해야
12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종금상호(이하 종금)는 지난 5일부터 장외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채권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종금이 지난 6거래일간 순매도한 전체 채권 4조1869억 원 중에는 금융채가 1조7822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서 회사채가 1조1374억 원, 한전채 등 특수채가 3293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장외 채권시장에서 투자 주체 종금상호는 새마을금고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 국내에서 종합금융업을 지닌 종금사는 우리종합금융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종금이 던지는 채권 가운데 회사채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의 채권 보유량은 상당하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연초 강세가 불던 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해 각종 회사채를 쓸어모은 바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참여 시 다른 투자자들보다 조달금리를 낮게 불러 강한 금리 경쟁력을 앞세웠기에 가능했다. 당시 크레딧 시장은 높은 투자심리가 두드러졌음에도, 새마을금고는 수요예측 호가를 강하게 형성하면서 회사채를 사들였다.
이에 새마을 금고는 연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엘지디스플레이(A-), 롯데지알에스(A2), LG화학(AA+), 이마트(AA), 호텔롯데(AA-), GS파워(AA), HD현대(A), 신세계건설(A), 한국토지신탁(A-), 롯데지주(AA-), LS(A+), 대우건설(A) 등 대다수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6일부터 3월 10일까지 새마을금고는 37거래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를 기록하며 연초 채권들을 사 모았다. 지난 2월 17일 하루 새마을금고의 일일 순매수 거래대금은 6436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도 새마을금고는 일일 4994억 원(3월 17일)어치까지 사들이며 채권시장 큰 손으로 등장했으나, 올해 수준의 순매수 규모는 역대 처음이다.
반면 현재는 연초 대규모로 사들였던 회사채를 되팔아 자금 확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날에도 새마을금고는 LG화학, LG유플러스, 포스코, 현대제철, 하나금융지주 등 총 4207억 원어치 회사채를 순매도했다. 새마을금고가 던진 채권들 가운데는 AAA등급의 우량회사채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 KT, 우리금융지주, 삼성물산(AA+)등도 다수 포함돼 있어 시장의 수요는 견고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러한 채권 개미(개인투자자)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리테일 쪽에서 최근 며칠간 새마을금고가 내놓는 회사채를 구해달라는 수요가 나온다. 회사채 기업이 망하지만 않으면, 자기 마통(마이너스 통장)은 신경 안 쓰고 이자 받으면서 만기보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매수하면 은행 예금과 비교해 채권금리가 훨씬 높으니까 매력적이긴 할 거다. 그러나 개인들은 지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금융시장 부실이 더 심각하다는 걸 못 느끼고 있다. 기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