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냐구요. 인도에서 토마토값이 6개월 새 445% 폭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일부 지점에서는 토마토 가격 폭등과 재고 부족으로 더 이상 햄버거에 토마토를 넣을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고 합니다. 인도 현지 특별 메뉴인 마라하자맥치킨버거와 같은 메뉴에는 토마토가 재료로 쓰이지만 이를 포함한 각종 메뉴에서 당분간 토마토 없이 음식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맥도날드 매장 뿐만이 아닙니다. 인도 전 지역에서는 토마토 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에서 판매되는 토마토 1kg 소매가는 120루피(약 1900원)으로 올해 초 같은 양이 22루피(약 347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 5배나 폭등했습니다. 지난달 4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진 데다 몬순 우기까지 정상 시작일보다 일주일가량 늦어지면서 토마토 재배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토마토는 양파와 함께 인도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물로 물가에 따라 민심이 움직이고 시위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집권당이 양파 가격을 잡지 못해 선거에서 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도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던 토마토가 결국 인도인들의 입맛까지 바꾸는 결과를 초래한 것인데요.
이러한 토마토값 폭등을 이끈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인도에서 토마토는 6~7월 생산량이 적어 값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진 데다 몬순 우기까지 늦어지면서 토마토 재배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인도에선 지난달 중순 하루 최고기온이 40~45도까지 치솟는 날이 며칠간 이어졌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탓에 가뜩이나 비싼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인데 기후변화에 따른 먹거리의 위기는 생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각종 식량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생산량의 감소로 향후 기후 변화가 좀 더 가속화되면 그동안 쉽게 구하던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도 비즈니스 스탠더드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에 내린 많은 비에 인도 북부 델리와 그 인접 지역의 토마토 등 소매 식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토마토 1kg 소매가인 120루피(약 1890 원)은 휘발유 1리터(L) 96루피(약 1514 원)보다 비싼 수준입니다. 현재 상황을 풍자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토마토 1kg을 주면 아이폰을 제공하겠다’는 문구의 이미지가 밈(meme)처럼 사용되고 있는데요.
인도는 세계 2위 토마토 생산국입니다. 토마토는 양파와 함께 인도 소비자들의 생활에 필수 식물이죠. 인도 요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향신료인 마살라(masala)는 소스의 핵심 기본 재료로 토마토를 사용하는데 안드라 토마토 쿠라(토마토 커리) 역시 인도인의 인기 음식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둑떼가 들끓고 있다고 하는데요. 인도의 한 농부는 도둑들이 포장 박스들을 뜯고 150kg에 달하는 토마토를 훔쳐갔다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맥도날드 인도 서남부 프랜차이즈측은 (한국의 장마 격인) 몬순철이 되면 매년 계절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인도에는 ‘몬순 경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몬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보통 6월 초에 시작하는 몬순이 평균보다 2주만 늦어져도 인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인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농업이 차지하는데 농작물 경작에 절대적인 강수량의 70~80%가 이 몬순 기간에 채워집니다.
이번에는 예상 강수량을 웃도며 퍼부은 비가 문제가 됐는데요. 인도 기상청 관측 기준 6~7월 평균 강수량의 10배가 넘는 비가 내리며 침수 피해와 갖가지 농작물 작황 부진을 초래했습니다. 5월까지만 해도 인도의 물가 상승세는 둔화 양상을 띄었지만 몬순 폭우로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바뀌게 된 셈이죠. 토마토를 비롯한 각종 채소 가격 동반 상승은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민생 경제를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현지 매체는 토마토 수확이 본격 시작되는 8월이 되어야 토마토 값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물가 안정에 실패한다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집권당에 대한 국민 분노가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밥상 물가 오름세에 신음하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가뭄으로 작황이 악화하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전례 없는 가뭄이 유럽 남부를 덮친 탓인데요. 주요 생산국의 올리브 농장이 흉작에 시달리고 있어 당분간 올리브유 가격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내 올리브유 가격은 현재 kg당 7유로(약 10000 원)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9월 사상처음으로 kg당 4유로(약 5700 원)를 넘어선 뒤에도 오름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데요.
역시 기후위기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세계 최대 올리브 재배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칼의 고온, 가뭄이 겹친 탓입니다.
올리브유가 생활 필수품인 스페인에서는 가히 떠들썩한 소식입니다. 스페인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소식을 전하며 어디에서 싼 값으로 올리브유를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소식도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유럽 올리브유 생산자들이 보유한 재고도 지난해에 비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유 재고는 4주마다 약 8만t씩 줄어들고 있는데요. 올해 수확시즌을 석 달 앞둔 가운데 심각한 재고 부족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져 올리브유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상품 데이터 업체인 민텍의 식물성 기름 애널리스트 카일 홀랜드는 이번 수확 시기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에도 올리브유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일부 큰 손 투자자들은 기후위기로 농산물 작황이 계속해서 타격 받을 것이고 이에따라 식료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돼 앞으로의 경제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료값이 오른 데다 올리브유를 대체할 수 있는 해바라기씨유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올리브유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높은 식료품 가격으로 전세계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정부가 식료품 가격 지원에 나서면서 막대한 재정을 지출해 다른 투자재원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앞서 이상 기후 때문에 발생한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으로 식량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관측도 제기됐는데요. 올여름 2016년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엘니뇨로 곡물 생산이 타격을 입으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상기후 리스크까지 커지면 물가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세계 주요 기관들은 앞다퉈 올여름 이후 강력한 엘니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폭우와 폭염,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를 불러오고 주요 농산물,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죠.
특히 호주(밀)와 인도네시아(밀,원당) 등 동남아, 칠레와 브라질 등 남미(밀,옥수수,콩 등)의 주요 식량 원자재 생산국들이 엘니뇨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로 인한 물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엘니뇨가 세계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회색 코뿔소’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지난달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말로 갈수록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슈퍼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농산물 작황 타격에 따른 곡물가격 급등을 예고했는데요.
엘니뇨에 따른 글로벌 경제적 피해규모가 2029년까지 3조 달러로 이는 엘니뇨가 종료된 이후에도 수 년간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영향까지 반영한 손실 추산액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2015~2016년 엘니뇨 당시 세계 곡물 생산은 1.6% 감소했고 사탕수수 원당 생산은 7.1% 감소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엘니뇨 리스크까지 가세해 물가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