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이낙연 겨냥 "분열은 혁신 대상" 설화
"국소 수술이 아닌 전면적 혁신을 하겠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첫 회의에서 한 말이다. 혁신위는 곧 출범 한 달을 맞지만, '불체포특권 포기'를 골자로 하는 1호 혁신안은 여전히 의원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코인 논란 등 악재에 "쇄신하겠다"며 혁신위를 띄운 것은 민주당이다. 혁신위를 '투명 기구' 취급하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혁신위도 한가하게 느껴지긴 매한가지다.
혁신위는 지난 13일 정책의총에서 혁신안 추인이 불발된 이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메세지로 갈음했고, 이튿날 '첫 투표권자 간담회'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극심한 수해로 인해 순연하기는 했지만, 17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민심 탐방'에도 나설 작정이었다. 최근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는 등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당은 쪼개지는데 마치 남일 보듯 움직이는 듯하다.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1호 혁신안이 한 달 내내 공전하기 전 김 위원장이 직을 걸었어야 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적지 않다. "(혁신안)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는 김 위원장의 경고(12일 기자간담회)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됐다. '꼼수 탈당'을 방지하자는 2호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3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이 지난 7일 복당한 것에는 침묵한다.
그럼에도 혁신위는 '청년자문단' 3개 팀을 만들고 급기야 전국 투어까지 떠난다고 한다. 위원장의 말에 권위가 실리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을 더 키우고 민심 청취에 공들인들 당의 어떤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기 계파를 살리려는 건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는 취지로 언급해 친낙계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혁신위가 당의 '전면적 혁신'은커녕 계파 갈등의 동력이 된 셈이다.
이제라도 혁신위가 본연의 역할에 맞게 당의 혁신에 전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는 "혁신기구에서 성안된 안은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당장 총사퇴하겠다는 각오로 당을 압박해야 한다. 단순 각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의 미온적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면 하루아침에 사퇴할 수 있어야 한다. 사퇴하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국 '김은경 혁신위'와 당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