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납품 갈등 8개월째 평행선…각자도생 전략
5분 만에 동난 ‘100원 즉석밥’, 쿠팡 초특가 공세…중소·중견기업 협력 강조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 가격 협상으로 촉발된 갈등이 8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쿠팡에 입점하지 못한 CJ제일제당은 이커머스·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협업을 구축하는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를 통해 판로를 개척 중이다. 반면 쿠팡은 식품, 즉석밥 등을 초특가에 풀며 맞불을 놓고 있다.
17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제외한 여러 업체는 최근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온은 이날부터 이틀 간 CJ제일제당의 상품에 단독 혜택을 제공하는 ‘원브랜드 행사’를 열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스팸 등의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고 롯데칠성음료와 패키지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게 이 행사의 핵심이다.
11번가는 LG전자·CJ제일제당의 두 번째 프로모션을 열었다. 앞서 이들은 올 5월에도 한 차례 협업 행사를 연 바 있다. 이번 프로모션에서는 LG전자와 CJ제일제당의 대표 제품 각 11개씩을 선정해 할인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스팸, 왕교자 등이 해당된다.
CJ제일제당은 컬리와도 손을 잡았다. 컬리의 베스트셀러 쌀 품종인 골든퀸으로 만든 즉석밥 ‘햇반 골든퀸쌀밥’을 출시, 컬리에서만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만두 등 신제품을 내달부터 이마트, SSG닷컴, G마켓에서 선출시한다. 또 신세계그룹 유통 계열사와 공동으로 상품 개발하는 등 올해 4분기 내에 혁신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자, 쿠팡은 식품 초특가 할인 판매로 맞불을 놓고 있다. 쿠팡은 이날 하루 동안 ‘즉석식품 반값특가’를 열었다.
쿠팡에 따르면 이날 100원에 내놓은 ‘하림의 더 미식 즉석밥은 판매 시작 5분 만에 완판됐다. 지난달에도 이 상품을 100원에 판매했는데 당시 판매 시간(10분)보다 더 빨라졌다. 이외에도 쿠팡은 중소·중견 제조사들이 만든 즉석밥과 국·탕·찌개류 등 즉석식품 100종을 할인 품목에 넣었다.
양사의 이런 행태는 ‘납품가격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 단가 협상을 벌이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라섰다. 당시 쿠팡은 햇반, 비비고 등 주요 상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핵심 온라인 판매처인 쿠팡에 입점 못한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식품사업 국내 매출액은 1조40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 가량 줄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쿠팡 대신 여러 판매 채널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쿠팡이 올해 1분기 자사 식품 판매액 실적을 공개하면서 중소·중견 제조사 비중을 강조하는 것도 CJ제일제당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쿠팡의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치열한 국내 유통시장에서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무수한 중소·중견 식품 기업들이 가성비와 품질로 무장한 좋은 상품을 늘린 효과가 크다’고 자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 갈등이 생각보다 장기화 국면”이라며 “CJ제일제당은 다른 유통 채널과 협업을 강화하고, 쿠팡은 중소·중견식품 기업 상품을 앞세워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