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업계가 대표 교체 카드를 잇따라 꺼내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 부진의 직격탄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수장 교체라는 강수로 경영을 정상화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대표들은 하나같이 기업 밸류업 혹은 해외통(通)으로 불리는 전문가들이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조직을 이끌게 된 만큼 조직 및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1년 반 동안 한샘을 이끌어온 김진태 대표는 사실상 경질됐다.
IMM이 대표이사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IMM PE가 인수할 당시 한샘의 주가는 주당 22만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4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한샘은 경영 쇄신을 위해 지난해부터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합플랫폼 ‘한샘몰’ 가동과 ‘한샘디자인파크 송파점’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매장 혁신, ‘무한책임 리모델링’ 전략 등을 잇따라 도입했지만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에는 217억 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보여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4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고, 157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2분기 실적 역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M은 김 신임 대표가 위기에 빠진 한샘의 경영 효율성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신임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적자 상태에 놓인 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를 적극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렸다. 그간 김 신임 대표는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겸직해 왔다. 커피 브랜드 할리스F&B 재임 시절에도 전국적으로 매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로스팅 센터 등에 대한 투자로 할리스커피의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SK매직 역시 밸류업 전문가인 김완성 대표이사가 수장에 올랐다. 김 대표 역시 회사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 딜 이후 기업가치를 성장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로 기존 윤요섭 대표이사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당초 윤 전 대표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내려앉은 SK매직이 분위기 전환에 나서기 위해선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매직은 앞으로 연구개발(R&D)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존의 렌털ㆍ가전 사업에서 영역을 넓혀 사업영역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추진에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락앤락도 이달 11일 천해우 전 동남아영업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이재호 전 대표는 같은 날 사임했다.
락앤락의 대표 교체 역시 실적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락앤락의 매출액은 11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었다. 영업이익도 11억2000만 원으로 81.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315억 원)과 베트남(173억 원) 매출액도 각각 13%, 1% 뒷걸음질 쳤다.
무엇보다 해외영업총괄 경험을 가진 천 대표이사를 사령탑에 앉힌 것은 악화한 해외 시장에 대한 재시동의 의미로 읽힌다. 실제 락앤락은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 사업 조직을 승격했다.